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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가 돌려까기인가? 혼네와 타테마에의 비밀

by 소류

혼네(本音) 타테마에(建前) : 속마음과 겉모습


일본은 혼네와 다테마에가 있다고들 하는데, 과연 어떨까?


나는 예전에 도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산 적이 있는데 옆방에 사는 카이라는 친구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녀석이 아주 맛있다며 뇸뇸 잘도 먹길래 며칠 지나서 또 만들어줬더니 한숨을 쉬면서

"사실 별로 좋아하는 맛이 아니야."라는 거다.

그럼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 라니까

"어떻게 말해. ㅠㅠ 그건 예의가 아니잖아." 란다.

"난 니가 맛있다고 좋아하길래 또 만들었잖아. 처음부터 입맛에 안 맞다고 하면 이런 수고를 했겠어?"

라며 약간의 언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게 혼네와 타테마에인가?

아니다. 이런 건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해 빠진 광경이다.

고작 이 정도가지고 "일본인은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르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럼 도대체 뭐 때문일까?


"피아노 잘 치네요"

시끄럽다는 말을 못해서 잘 친다고 칭찬을 한다고?


눼???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라고 말하기 힘들면

"피아노 소리를 조금만 조용히 쳐주세요."라고 양해를 구하면 될 것을 저런 식으로 칭찬을 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우와, 내가 정말 잘 치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칠지도 모르잖아.


근데 일본인들 사이에선 이렇게 말해도 잘도 알아듣는다는게 신기하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잘 친다'라고 하면, 그게 칭찬일 리가 없잖아. '조용히 해'라는 뜻이지."

란다.


이런 일화도 있다.

외국인이 밤늦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데, 이웃사람이 와서 "와, 신나게 노네요!"라고 했다고 한다.
외국인은 그 말을 듣고, "같이 놀까요?"하고 초대했지만...

그 이웃은 "아, 됐어요."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경찰에 소음으로 신고했다는 거다.


아니..,왜 이 따위의 화법을 쓰는거냐구요.


일본인들은 이런 혼네/타테마에 문화를

"분위기 파악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하는 게 예의다."

"속마음을 항상 말하는 사람은 분명 미움받는 사람이다."

라며 그럴싸한 변명을 해댄다.


아니..,말의 포인트를 모르세요?

하아..ㅠㅠ 누가 바보처럼 속마음을 낱낱이 얘기하라고 했나요?

그런게 아니잖아, 쫌!


속마음과 반대로 "칭찬"이나 "긍정적인 화법"을 하지마라는 거다.


속에는 부글부글 쌍욕이 튀어나오는데 "참 예쁘네요", "맛있어요", "좋은것 같네요"와 같이 마음에 1도 없는 개소리를 하지말고 불편한 속마음을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전하라는 거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정반대인 "칭찬"이나 "긍정적인 화법"을 해놓고서는

일본문화를 이해 못 하는 외국인이 이상하고 일본문화를 이해 못한다고 한다. (남탓)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아먹냐고요!


혼네/타테마에 문제점은,
불편한 걸 융통성 있게 잘 표현하는 게 아니라,
완전 반대로 칭찬을 해버리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피아노가 시끄러우면 조금 조용히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해도 되고,

파티가 시끄러우면 시끄러워서 잠을 자기 힘드네 좀 자제해 달라라고 하면

어느 사이코가 거기다 대고 피아노를 부수고 깽판을 치고 눈을 흘기며 보복을 하냐는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상 좋은 노부부가 웃으면서 "애들이 참 건강하네요 겡끼다네."라고 한다면 그건 "시끄러우니까 그만 좀 떠들어"라는 속마음(혼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럼 이전에 들어왔고 앞으로도 듣게 될 모든 "칭찬"에 어느누가 곧이곧대로 기뻐하거나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모든 좋은말에 속마음은 정반대일 거야 라며 의심하며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데

와~. 생각만 해도 너무 피곤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일본인 친구 중에 나를 만나면 자기 마음을 편하게 다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사실 지네들도 인간인데 이런 화법이 안 피곤하겠어?


구글에서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검색해 봐도 몇 페이지 걸쳐 즐비하게 나온다.

그들 역시 이런 똥같은 문화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거다.



해외에서 사는 일본인,

일본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일본인,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일본인중 대부분이

이 문화를 일본을 떠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근대 이건 어디서 유래되었나 찾아보니 참 웃프다 못해 기묘하기까지 했다.


옛날에 어떤 목수가 건물을 짓다가 현관 기둥을 잘못 잘라서 짧아져 버린 거예요.
“이거 망했구나… 내 인생 끝났다…” 하고 한탄하며 자살하려 했는데,
그의 현명한 아내가 술을 먹이고 재워서 기둥을 이어 붙이는 공법(마스구미)을 고안해 냈답니다.

근대 그 목수는 자신의 실수가 들킬까 두려워서 아내를 죽였대요.
그리고 죄책감이 아니라, 아내를 기리겠다며

여자의 일곱 가지 도구인 립스틱·백분·빗·비녀·거울·가발·고동을 대들보 위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냈고,
그게 *타테마에(建前)*의 시작이라는 겁니다.


이쯤 되면 알겠지?

“타테마에”란 애초에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허세 부리려고 생긴 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칭찬으로 위장한 불편한 표현이라니?
속마음을 허세로 포장하지 말고 차라리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불편한 마음을 말하는 게 어떨까?

그것이야 말로 정말 성숙한 커뮤니케이션아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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