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32] 다크호스-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인생을 불안해하지 마라

by 소류

이런 책의 오점?은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 나온다는 거다.

작가도 일단 하버드이지 않나?

그 대단한 사람들이 어떤 인생의 굴곡 끝에 이렇게 대단하게 되었냐는 이야기들이

사실 와닿지 않는다.

왜! 내 주위에는 1도 없거든.

그리고 나도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거든.


하지만 이 책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다크호스의 첫 이야기가 천문학자 제니가 어떻게 유명해졌는지에 관한 게 나오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기회"가 온 게 포인트가 아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호기심"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느냐가 문제다.


제니에게 쌍안경을 주며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을 때, "와 예쁘네요."로 끝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궁금해했고,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파해쳤다. 그러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온다. 오게 되어있다. 보통은 그걸 잘 모르고 지나가고, 방관하고, 그것이 기회인지 조차 모른다.


길을 가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 누워서 넥플릭스를 보다가도, 아무튼 뭘 하다가도 기회는 온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기회가 말이다.

나는 이것을 20대, 즉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틀 속에서 살면서, 시키는 대로만 할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부터, 내가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고부터, 그걸 깨달았다.


내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도쿄에 사는 언니집에 조카 봐주러 갔을 때였다.

한 달 정도 머무르다가 사정이 있어서 귀국예정일을 삼일정도 더 연기했다.

이 3일 안에 내 인생을 바꿀 일이 생긴 거다.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연기한 그 3일 안에 일이 생기고 말이다.


그날, 형부는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 돌아왔고, 언니는 형부에게 왜 늦게 왔냐고 닦달했다.

형부는 얼버부리면서 "길에서 우연히 누굴 만났고..., 그래, 맞아! 처재이야기도 했어!"라고 했다.

나는 "저의 무슨 얘기요?"라고 언니와 같이 눈 똥그랗게 뜨고 추궁했고, 형부는 "너가 컴퓨터전공이잖아. 그 얘기했어."

"그 얘기를 왜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IT 회사를 설립했는데 직원이 필요하다네."

귀가 솔깃하자 형부가 "만나볼래?" 하고 제안했고, 기꺼이 그 사람을 만났다.

귀국하기 전날이었다.

그 후, 10년도 넘은 나의 일본생활이 시작된 거다.


사실 나는 컴퓨터 전공이긴 했어도 잘하지 못해서 동네학원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며 기껏 100만원 정도 받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동네학원에서 벗어날 기회였다.


일본어도 못하고, 컴퓨터도 제대로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불안을 감수하면서 뛰어들었다.

밤낮으로 일본어공부를 하고, 컴퓨터언어도 새로운 마음으로 익혔다.

회사에서 주구장창 깨지고, 못 알아들어서 동료들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여러 가지 아주 힘든 일이 많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동네학원에서 고작 월 100만 원 정도 받던 내가 연봉 1억도 받게 되었다.


결코 책에 나오는 사람들 정도로 대단해진 건 아니지만

100만원 받던, 빈민가출신에 지잡대출신인 내가 연봉 1억에 외국어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거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그걸 놓치면 안 된다.

그때 만일 비행기를 연기하지 않았다면?

형부가 왜 늦게 들어왔는지 별로 관심 없었다면?

형부가 그 사람 만나볼래?라고 했을 때 쫄아서 거절했다면?


나는 일본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호주 워홀 비자를 받고 갈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었고,

다른 회사 스카우트 제안도 있었다. 프랑스에도 갔었다.

그러나 그 많은 기회들은 굳이 잡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흥미가 없었고, 이대로 만족했으니까.

예전에 동네학원에서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절박하지 않았으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분명히 수백 번의 기회가 왔을 거다.

그걸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회피했을 거다. 그것이 기회인지 조차도 몰랐을 거고, 어쩌면 관심도 없었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기회는, 죽는 그날까지 수천만 번이나 더 올 거니까.


나는 지금 50세다.

지금은 일본을 접고 스위스에 살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이모티콘을 그려보려고 태블릿도 샀다.

헤어커트 연습하려고 가발도 샀다.

말차카페를 차리려고 레시피와 메뉴도 준비했다.

하지만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집에서 누워있다가 이것저것 깔짝대다가 귀찮아지면 포기하고 유튜브만 보고 있는데 무슨 변화가 생기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밖으로 나갔다.

무료 독일어학원에 등록하고 꾸준히 나가자 인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조촐한 파티나 모임이 있으면 참여했다. 꾸준히 나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결코 대단한 인맥은 아니다.

그중에는 미용사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영어학원 선생도 있다.

미용사 친구는 헤어커트를 알려주겠다며 언제든지 자기 가게로 오라고 했다.

청소부 친구는 공항에서 알바할 수 있게 에이전시를 소개해줬다.

영어학원 선생은 자기 친구가 르완다커피를 파는데 같이 가서 말차라떼랑 조인해 보자고 했다.


이 중에서 내가 어떤 기회를 잡을까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까.

중요한 건 이런저런 생각하지 말고, JUST DO IT.

그냥 하는 거다.

기회를 충분히 살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는 불안감도 사라질 거다.


물론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럼 또 다른 기회가 온다.
인생을 불안해하지 마라.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기회는 꼭 오게 되어있다.
그걸 제발 놓치지 마라.


기회는 언제나 작게, 살금살금, 조용히, 그리고 우연히 다가온다.

그걸 붙잡고 크게 만드는 것이 당신의 능력이다.


제니에게 쌍안경을 주며 하늘의 별을 보라고 했을 때,

"와 예쁘네요."로 끝냈다면 천문학자는 탄생하지 않았을 거다.


형부가 나에게 "그 사람 만나볼래?"라는 제안을 거절했다면 나는 동네학원에서 100만원받고 일하는 걸로 그쳤을 것이다.




책 내용이 없어서 목차만 붙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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