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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Feb 19. 2024

대화법에 관한 입장 표명

나는 부업으로 일본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스위스로 건너오면서 온라인으로만 수업한다고 프로필을 바꿨다.

그런데 간간히 대면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되면 내 주위 한국어 선생님들에게 토스해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기상 모두 안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공개모집을 하게 되었다.


나 : 도쿄에서 한국어 가르치시는 분 계세요? 저 한국어 수업하실 분 넘겨드리고 싶어서요.

공개방의 한쌤 : 저요!

나 : 개인톡 주세요.


개인톡>

나 : 제가 애초에 돈 벌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시간당 2천 엔이에요. 한쌤은 얼마 받으시고 하세요?

공개방의 한쌤 :  대면/비대면으로 하고 있고, 전 4000-4500엔이에요.

: 요즘 무료강좌, 인터넷, 유트브, 언어교환, 이런게 많은데 4500엔이면 많이 비싸지 않아요?

한쌤: 비싸서 주로 그룹으로 하고있는데 요즘은 수강생이 적어서 한가하긴 해요. (명확하게 몇명인지는 말안해줌)

나 : 그럼 2천엔해도 괜찮으세요? 처음만 대면이에요. 이번은 체험이고, 계속 수업이어가신다면 다음부터는 비대면으로 서로 협의하에 날짜와 시간은 정하시면 될 거예요. (이렇게 구질구질 말하는게 실례인가 생각했다. 이분도 현직이시고 경력자니까.)


이렇게 얘기가 끝났고 수강의뢰자분의 메일 전문을 보내주며 날짜를 정해달라고 하니 한쌤이 신주쿠 요츠야의 한 커피숍에서 낼모레 12시에 괜찮다고 한다.

내용 그대로 한쌤 연락처와 만날 장소를 적어 수강생에게 메일을 보냈다.


순조롭게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몇번 했었고, 이 후부터는 선생과 수강생이 서로 연락하기때문에 나는 더 이상 개입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수강생에게 메일이 온다.


수강생 : 소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여성분 맞죠? 그런데 시간당 얼마인거죠?

나 : 그분도 한국어를 오랫동안 가르치셨고 여성분 맞으세요. 시간당 2천 엔입니다.


라고 답장 보냈더니


수강생 : 그분은 3500엔이라는데, 사실은 2천 엔이라는 거죠?


라며 답장이 온다.


이게 뭐지? 싶어 한쌤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 : 수강생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가 애초에 2천 엔이라고 했고, 수강생도 2천 엔인 걸로 알고 절 초이스한 건데 수강생분에게 3500엔이라 하시면 제 입장이 어떻게 되나요? 원래 4500엔 받으시는 건 알지만 저에게 말도 안 하시고 그렇게 하시면 제가 좀 곤란해요.


한쌤 : 그분이 비싸다고 하시던가요? 2천엔 수강료에 교통비+커피값 1500엔입니다.


나 : 그렇게 수강생에게 말하셨어요?


한쌤 : 그럼요.


다시 수강생에게 확인한 결과 그게 아니었다. 수강생은 수강료를 확인하고, 3500엔이라는 답장이 왔다며 원문을 보여준다.

이 얘기를 하니 한쌤은 또 말이 바뀐다.


한쌤 : 이건 기본이죠. 따로 말할 게 있나요?

나 : 근대 혹시 어디에 사세요? (확인도 안 하고 도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쌤 : 사이타마요.


애초에 내가 원하는 지역(도쿄)도 아니었고, 사이타마에서 굳이 그 한 시간 수업을 위해 도쿄로 오니 차비와 커피값을 받아야겠다 이건데, 이걸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한 건가 싶었다.


애초에 사이타마라는 걸 알았다면 굳이 이 선생님에게 토스했을까. 요츠야 근처에 사는 한국인도 많는데 말이다.


그래도 진정하고... 말을 이어간다.


나 : 그럼 이번 한 번만 대면이고 다음부터는 비대면인데 그럼 2천엔이 맞는 거죠?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첫회는 체험이에요. 혹시 수업에 필요한 거 있으면 파일로 보내드릴게요. 첫 수업하신 후 이어갈지 안 할지 선택하는 거 거든요. (사실 말하면서도 짜증났다. 오랫동안 수업하고 있다고 하니 이정도는 말안해도 알아야하는거 아닌가?!)


한쌤 : 불포함 3500엔입니다.


뭔 소리지?


한참 대답을 안 하고 있으니 한쌤이 먼저 말을 건다.


한쌤 : 온라인은 2천엔입니다. 수강생분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저한테는 알겠다고 하던데...? 비싸다고 뭐라 하시던가요? 정 그렇다면 취소하셔도 됩니다.


나 : 네???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일단 두번째 진정타임 들어감)


수틀리면 취소하면 된다 이런 가벼운 마음인가? 이게 50대의 인생을 좀 살았다는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나는 인터넷에 내 얼굴과 프로필이 공개되어 있고 "좋아요" 해 준 몇 명과 여태 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내 이미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저렇게 "취소하셔도 돼요, 내 일 아님~" 이런 식으로 가볍게 말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 : 비싸다 싸다 가 아니라 애초에 2천엔인걸 보고 절 초이스한거고요, 근대 쌤바뀌면서 3500엔이다 하면 저라도 기분이 좀 그럴거 같은데요?


한쌤 : 취소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 웃음


나 : 그렇게 간단하세요? 하아...어쨌든 내일 만나기로 하셨으니 일단 잘 부탁합니다.


한쌤 : 어머! 화나신 거 아니죠?




여기까지 대화하고 조용히 나가기 눌렸다.


대화가 이게 맞나 싶다.

이게 대화란 말인가.


왜 "나"는 화가났으며 대화가 안된다고 생각하는건가.

그리고 "한쌤"의 무엇이 잘못된건가.

전체적으로 이 대화의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


잘 살펴보면 우리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저런 식의 대화법이 많다.


굵은 글씨체는,  사실 이거야말로 몇번 확인했어야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맞겠지.", "당연히 알겠지.", "경력자니까 알겠지." 이렇게 추측으로 넘겨짚은 것들이 사실은 어느하나 맞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오해를 낳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가게된다.


대화의 포인트는 뭐냐.


내가 100만큼 생각하고 있다면 사실 입 밖으로 나오는건 20정도다.

그런데 간혹 100을 다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말하면서 생각나는걸 또 주저리 보태서 200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말이 산으로 가거나, 핵심이 없거나, 뜬금없거나, 뜬구름잡거나, 주제를 잃거나 하게 된다.


어쨋든 20이던 100이던 200이던간에 뭔가를 전달하려는 사람은 과연 

진짜 전달해야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한건지,

내 머리속에 정리가 안된것만 주저리 말한건지,

상대방이 알아야 할 내용을 충실하게 다 말한건지,

상대방이 굳이 몰라도 될, 내 감정, 내 상황, 내 연민만 주구장창 표현한건지,


그걸 명확히 하지 못해서 늘 대화에 마찰이 생기게 된다.

내 감정을 전달해야할 때도 일단 사실을 가감없이 말한 후에 , 자기의 감정을 전달해야하는거 아닌가?


근대 대부분 사실에 관한건 "상대방이 알겠지, 그정도는 알겠지. 나이가 몇인데, 경력이 얼만데." 라면서 추측성으로 끝나, 전달하지 않고, 내 심정, 내 상황에 대해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하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오해가 생기면 커뮤니티 같은데 글을 올려 내 생각대로 안된다며 자기 연민에 빠진다.


나는 그렇게 안할려고 했는데..

그럴 의도가 아니였는데...

화장실 줄이 아주 길었는데,  내가 급똥이라...


이런건 실제 대화때 결코 표현 안 한,

진짜 표현했어야 할 정보전달 부분에 들어가는거다.


이걸 파악 못하고 백날 얘기해봐야, 대화는 산으로 가고,  무슨말을 하는지 서로 알아듣지 못하고, 오해를 낳고 감정의 골은 깊어가고, 대화단절이 될 수 밖에 없는거다.


문득 어떤 게시판에서 읽은 유머가 생각난다.


한 할머니가 병원으로 전화를 했는데, 병원측에서 알아낸 정보 : 할머니의 개인신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짜, 옆집 부부의 이혼, 장남의 취직, 뒷집 똥개의 바람

그리고 병원측에서 못 알아낸 정보: 어디가 편찮으신거에요?


오늘 이거 때문에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브런치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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