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업으로 일본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스위스로 건너오면서 온라인으로만 수업한다고 프로필을 바꿨다.
그런데 간간히 대면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되면 내 주위 한국어 선생님들에게 토스해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기상 모두 안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공개모집을 하게 되었다.
나 : 도쿄에서 한국어 가르치시는 분 계세요? 저 한국어 수업하실 분 넘겨드리고 싶어서요.
공개방의 한쌤 : 저요!
나 : 개인톡 주세요.
개인톡>
나 : 제가 애초에 돈 벌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시간당 2천 엔이에요. 한쌤은 얼마 받으시고 하세요?
공개방의 한쌤 : 대면/비대면으로 하고 있고, 전 4000-4500엔이에요.
나 : 요즘 무료강좌, 인터넷, 유트브, 언어교환, 이런게 많은데 4500엔이면 많이 비싸지 않아요?
한쌤: 비싸서 주로 그룹으로 하고있는데 요즘은 수강생이 적어서 한가하긴 해요. (명확하게 몇명인지는 말안해줌)
나 : 그럼 2천엔해도 괜찮으세요? 처음만 대면이에요. 이번은 체험이고, 계속 수업이어가신다면 다음부터는 비대면으로 서로 협의하에 날짜와 시간은 정하시면 될 거예요. (이렇게 구질구질 말하는게 실례인가 생각했다. 이분도 현직이시고 경력자니까.)
이렇게 얘기가 끝났고 수강의뢰자분의 메일 전문을 보내주며 날짜를 정해달라고 하니 한쌤이 신주쿠 요츠야의 한 커피숍에서 낼모레 12시에 괜찮다고 한다.
이 내용 그대로 한쌤 연락처와 만날 장소를 적어 수강생에게 메일을 보냈다.
순조롭게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몇번 했었고, 이 후부터는 선생과 수강생이 서로 연락하기때문에 나는 더 이상 개입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수강생에게 메일이 온다.
수강생 : 소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여성분 맞죠? 그런데 시간당 얼마인거죠?
나 : 그분도 한국어를 오랫동안 가르치셨고 여성분 맞으세요. 시간당 2천 엔입니다.
라고 답장 보냈더니
수강생 : 그분은 3500엔이라는데, 사실은 2천 엔이라는 거죠?
라며 답장이 온다.
이게 뭐지? 싶어 한쌤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 : 수강생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가 애초에 2천 엔이라고 했고, 수강생도 2천 엔인 걸로 알고 절 초이스한 건데 수강생분에게 3500엔이라 하시면 제 입장이 어떻게 되나요? 원래 4500엔 받으시는 건 알지만 저에게 말도 안 하시고 그렇게 하시면 제가 좀 곤란해요.
한쌤 : 그분이 비싸다고 하시던가요? 2천엔 수강료에 교통비+커피값 1500엔입니다.
나 : 그렇게 수강생에게 말하셨어요?
한쌤 : 그럼요.
다시 수강생에게 확인한 결과 그게 아니었다. 수강생은 수강료를 확인하고, 3500엔이라는 답장이 왔다며 원문을 보여준다.
이 얘기를 하니 한쌤은 또 말이 바뀐다.
한쌤 : 이건 기본이죠. 따로 말할 게 있나요?
나 : 근대 혹시 어디에 사세요? (확인도 안 하고 도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쌤 : 사이타마요.
애초에 내가 원하는 지역(도쿄)도 아니었고, 사이타마에서 굳이 그 한 시간 수업을 위해 도쿄로 오니 차비와 커피값을 받아야겠다 이건데, 이걸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한 건가 싶었다.
애초에 사이타마라는 걸 알았다면 굳이 이 선생님에게 토스했을까. 요츠야 근처에 사는 한국인도 많는데 말이다.
그래도 진정하고... 말을 이어간다.
나 : 그럼 이번 한 번만 대면이고 다음부터는 비대면인데 그럼 2천엔이 맞는 거죠?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첫회는 체험이에요. 혹시 수업에 필요한 거 있으면 파일로 보내드릴게요. 첫 수업하신 후 이어갈지 안 할지 선택하는 거 거든요. (사실 말하면서도 짜증났다. 오랫동안 수업하고 있다고 하니 이정도는 말안해도 알아야하는거 아닌가?!)
한쌤 : 불포함 3500엔입니다.
뭔 소리지?
한참 대답을 안 하고 있으니 한쌤이 먼저 말을 건다.
한쌤 : 온라인은 2천엔입니다. 수강생분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저한테는 알겠다고 하던데...? 비싸다고 뭐라 하시던가요? 정 그렇다면 취소하셔도 됩니다.
나 : 네???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일단 두번째 진정타임 들어감)
수틀리면 취소하면 된다 이런 가벼운 마음인가? 이게 50대의 인생을 좀 살았다는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나는 인터넷에 내 얼굴과 프로필이 공개되어 있고 "좋아요" 해 준 몇 명과 여태 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내 이미지, 이런 것들이 있는데 저렇게 "취소하셔도 돼요, 내 일 아님~" 이런 식으로 가볍게 말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 : 비싸다 싸다 가 아니라 애초에 2천엔인걸 보고 절 초이스한거고요, 근대 쌤바뀌면서 3500엔이다 하면 저라도 기분이 좀 그럴거 같은데요?
한쌤 : 취소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 웃음
나 : 그렇게 간단하세요? 하아...어쨌든 내일 만나기로 하셨으니 일단 잘 부탁합니다.
한쌤 : 어머! 화나신 거 아니죠?
여기까지 대화하고 조용히 나가기 눌렸다.
대화가 이게 맞나 싶다.
이게 대화란 말인가.
왜 "나"는 화가났으며 대화가 안된다고 생각하는건가.
그리고 "한쌤"의 무엇이 잘못된건가.
전체적으로 이 대화의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
잘 살펴보면 우리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저런 식의 대화법이 많다.
굵은 글씨체는, 사실 이거야말로 몇번 확인했어야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맞겠지.", "당연히 알겠지.", "경력자니까 알겠지." 이렇게 추측으로 넘겨짚은 것들이 사실은 어느하나 맞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오해를 낳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가게된다.
대화의 포인트는 뭐냐.
내가 100만큼 생각하고 있다면 사실 입 밖으로 나오는건 20정도다.
그런데 간혹 100을 다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말하면서 생각나는걸 또 주저리 보태서 200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말이 산으로 가거나, 핵심이 없거나, 뜬금없거나, 뜬구름잡거나, 주제를 잃거나 하게 된다.
어쨋든 20이던 100이던 200이던간에 뭔가를 전달하려는 사람은 과연
진짜 전달해야 할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한건지,
내 머리속에 정리가 안된것만 주저리 말한건지,
상대방이 알아야 할 내용을 충실하게 다 말한건지,
상대방이 굳이 몰라도 될, 내 감정, 내 상황, 내 연민만 주구장창 표현한건지,
그걸 명확히 하지 못해서 늘 대화에 마찰이 생기게 된다.
내 감정을 전달해야할 때도 일단 사실을 가감없이 말한 후에 , 자기의 감정을 전달해야하는거 아닌가?
근대 대부분 사실에 관한건 "상대방이 알겠지, 그정도는 알겠지. 나이가 몇인데, 경력이 얼만데." 라면서 추측성으로 끝나, 전달하지 않고, 내 심정, 내 상황에 대해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하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오해가 생기면 커뮤니티 같은데 글을 올려 내 생각대로 안된다며 자기 연민에 빠진다.
나는 그렇게 안할려고 했는데..
그럴 의도가 아니였는데...
화장실 줄이 아주 길었는데, 내가 급똥이라...
이런건 실제 대화때 결코 표현 안 한,
진짜 표현했어야 할 정보전달 부분에 들어가는거다.
이걸 파악 못하고 백날 얘기해봐야, 대화는 산으로 가고, 무슨말을 하는지 서로 알아듣지 못하고, 오해를 낳고 감정의 골은 깊어가고, 대화단절이 될 수 밖에 없는거다.
문득 어떤 게시판에서 읽은 유머가 생각난다.
한 할머니가 병원으로 전화를 했는데, 병원측에서 알아낸 정보 : 할머니의 개인신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짜, 옆집 부부의 이혼, 장남의 취직, 뒷집 똥개의 바람
그리고 병원측에서 못 알아낸 정보: 어디가 편찮으신거에요?
오늘 이거 때문에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브런치에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