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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Apr 01.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고등학생 때 뭐가 되고 싶은지 한 명씩 앞에 나와서 발표한 적이 있는 그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드래곤 볼을 사랑합니다!! 수필소설가가 될 겁니다."

라고 해서 애들이 크게 웃었다 ㅎㅎ


근대 선생님이 '너라면 충분해!' 라며 진심으로 응원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책 읽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공대에 진학하고 컴퓨터만 십수 년을 하면서도 늘쌍 소소하게 글을 써왔다.

좋은 생각에도 투고하고 (8번 해서  4-5번 채택됨), 수기 같은 거 올리면 반응도 좋고, 여행기도 블로그에 써 봤고.



근대 "책을 낸다" 이 부분은 막막하더라.

블로그에 끄적대기, 좋은 생각에 투고하기, 이런 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그러다가 이번에 "작가와"를  알게 되면서 단편소설이랍시고 쓰고 있는데 하루종일 몰입해서 쓰고 있다.




나는 반평생을 잘 할 수 있고,  되는 일을 해왔다.


잘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믿었고, 수입이 좋기 때문에 보상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즐겁지 않고 당연히 보람도 없었다.

그냥, 단지 직업일 뿐이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매번 다른 뭔가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고, 찾아다녔다.


부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친 것도 그것 때문이다.

나는 "보람"과 "즐거움"에 항상 목말랐나보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쳤을 때도, 내 학생들이 자격증시험에 합격했다며 '모두 선생님 덕분이다'고 기뻐하는 그들을 보고도 나는 보람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면 합격시켜야한다, 잘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책임"이 를 똘똘 감싸고 있었으니, 합격은 당연한 거니까.


그래서 지금은 안 가르친다.

나한테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주변 한국어 선생님들에게 토스하고 있다.


그래서, 부디,  글 쓰는 일이 나의 [직업], 즉 의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면 나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 이제서야 겨우 하고 싶은  찾았으니까.


어떤 ,  [ 팔 릴 만한 책을 쓴다]라던가 [독자가 원하는 책을 써야 한다]라는 틀에 갇혀서 써야 한다면, 그건 의무가 되고 책임이 되니까, 그 스트레스가 나를 고통속에 몰아넣을거고, 팔리면 본전, 안팔리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겠지.

내가 그런사람이더라구...ㅎㅎㅎ



 내 맘대로 글을 쓰고,  멋대로 상상하고 싶다.

그러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돈 벌 생각이거나,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면, 원래의 내 직업으로도 충분하다.



이번에 300페이지(B5 사이즈, 11포인트 기준)정도의 단편 4편을 쓰면서,

오랜만에 밤도 새고, 

하루 종일 스토리와 글의 구상하고,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

그렇게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있는 [나 자신] 발견해 가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지고,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 또한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는 고작 이 몇 편의 단편을 쓰면서

하루 종일 내용을 구상하고,

어떤 식으로 전개해 갈까 생각하다가 밤잠을 설치고,

장 보러 가는 길에 생각이 떠오르면 녹음해 뒀다가 집에 와서 듣고 고쳐 쓰기도  하고,

개연성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수정작업을 했는데


장편소설은 와.. 상상도 할 수 없는 레벨이구나!! 집필을 하면서 크게 느꼈다.

 

눈이 퀭한 나를 보며 남편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나는 너무 즐겁다고 대답한다.


글 쓰는 건 여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보람이니까.


그래서 글을 쓴다.


앞으로도 아마도 계속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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