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했어요, 전세사기.

무지함이 불러온 참변

21년 3월, 독립 4년 차에 접어들 때 전셋집을 구하게 되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열심히 발품 팔아 구한 소중한 내 첫 전세집이었다. 

자가도 아닌데 뭐 그리 애지중지했냐 하면, 독립 후 고시원부터 원룸을 넘어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어쩌면 당연히 소중했을지도 모르겠다. 구하게 된 집은 혼자 사는 나에게 버거울 만큼 큰 집이었다. 

거실이 따로나있고 방이 3개에 베란다가 2개 있는 꽤 넓은 집이었다. 

건물은 허름해도 집 내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해보는 전세자금 대출, 부동산에서 추천해 주는 집과 은행, 대출 상담사분까지 친절한 공인중개사 덕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나의 첫 전셋집이 구해지고 있었다. 

전세 계약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중개사가 알려주는 대로, 안내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대로 움직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계약 당시에도 난 집주인 얼굴도 못 봤을뿐더러 

허술한 게 한두 개가 아닌데 무지함이, 무관심이 이렇게 큰일을 불러올 줄이야.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잡혀 있으면 안 된다는 엄마 말에 그거 하나는 제대로 확인했고, 

중개사한테 확인도 받았는데 그때는 깔끔했다. 허점? 없는 집이었다. 분명했다. 

장판, 도배, 보일러까지 새로 해줬고 수압도 좋고 관리비도 없었다. 

무리 없이 척척 진행되는 이 사 준비와 전세 대출건에 이직을 앞두고 있음에도 마음이 편했고 이사 날짜도 

손 없는 날인 데다가 당일엔 비까지 오니 이 집에서 진짜 잘 살려나 보다, 나 잘 풀리나 봐 생각했다. 

친절한 부동산에서는 이사 축하한다며 두루마리 휴지까지 두 묶음이나 보내주고 

문의하는 족족 칼 답에 끝까지 친절함을 유지했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2년 계약을 하고 들어왔지만 이 정도 집이라면, 2년 더 아니 거기에 2년 더 살고 싶었고 

그 정도로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집주인에게 우편을 받기 전까진 순탄했다. 

집주인에게 그 우편을 받기 전까지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