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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현 Jan 06. 2023

#2. 당했어요, 전세사기.

집주인에게 온 편지, 경찰서에서 온 전화


22년 9월 26일, 우편을 받았다. 집주인에게 온 뜬금없는 '편지'였다. 

입주 후에도 집주인을 단 한 번도 본적도 없을뿐더러 연락도 없었다. 

직접적인 연락은 입주 잘 했다는 말을 주고받은 상투적인 문자 하나가 전부였는데, 

'최근 매스컴에서 본인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임차인들이 불안해할까 싶어 우편을 보낸다. 

지금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건은 1건도 없으니 안심하라.'

라는 내용이었고 주소와 연락처가 두 개 기재되어 있었다. 갑자기 이제 뭐람? 연장하고 싶었는데 뭔진 모르겠지만 불안하니 퇴실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처음 계약할 때 받은 집주인 번호와는 아예 다른 번호여서 알고 있는 모든 번호에 이 우편을 받았고 퇴실하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알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24년 3월 계약이 만료되기에 다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속상함이 솟구쳤지만 어쩌겠나, 

저런 우편을 받고 맘 편히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문자 하나를 달랑 보낸 채로 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22년 11월 6일 08:35 출근 지하철에서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

 "경찰서입니다, 집주인이 000 맞으시죠? 지금 전세사기 건으로 피해자분들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당연히 보이스피싱이구나 싶었고 요샌 집주인 이름까지 다 알아내는 건가? 대단한데? 싶은 안일한 생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출근 후 인터넷 창을 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뉴스 오늘의 핫 토픽은 전세사기였다. 원래대로라면 업무 사이트에 바로 들어갔을 테지만 마우스가 자연스레 뉴스를 클릭했고 뭔가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뜬금없었지만 그랬다. 그때 순간 울리는 워치 문자 알람에 정말 흠칫했다. 

오전에 전화 온 경찰서에서 다시 온 문자였다. 정확히 기재된 내 이름 석 자와 주소, 나 맞구나.


나 그 뉴스에 요 근래 매일 나오는 전세사기 그거 내가 당한 거 맞나 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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