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현 Jan 07. 2023

#3. 당했어요, 전세사기.

집이 압류라니, 내용증명이 뭐죠?


집주인에게 우편을 받았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매스컴에서 떠드는구나, 반환하지 못한 건 이 하나도 없다고 하니 나도 전세금 무리 없이 받겠구나 싶었다.

우편을 보냈을 정도면 저 사람도 오죽 답답하면 그렇겠어 싶었다. 멍청하다.

사실 어쩌면 크게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니까.

그런데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나니 현실은 달랐다. 진짜 전세사기였다.

네 글자 단어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암흑 속으로 한순간에 밀어 넣다니, 

당장 회사 건물 10층에서 뛰내려버리고 싶었다. 정말. 전세사기라니,

아니 내가 왜 하필 나야? 억울했다. 삶이 순탄했던 적이 있었냐고

대체 나는 누굴 원망해야 하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듣는 이가 없을지라도.

출근은 했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해 오후 반차를 냈다.

당장에 뭘 해야 할지 몰라 주변 지인 중 전세를 살아봤다는 친구한테, 또 회사 사수에게,

지식인에, 법무법인에 전화까지 해가며 사태를 파악했다.


상황을 알아야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친구의 도움으로 전세사기 단독방을 알게 되었다. 

'000전세사기 피해자 단독방', 이름부터 000이구나.

단독방에 들어가기 위해 계약서와 신분증을 인증하고 입장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장의 승인으로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약 100여 명의 피해자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저 뭐부터 손대야 하나요? 정말 1부터 100까지 한 개도 모르는데, 아니 0부터 모릅니다. 도와주세요.'

그들은 생각보다 침착한 듯했으나, 체념을 한 듯 보였고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스케일이 큰 사건이라는 걸 천천히 알게 되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가히 기가 막혔다. 이 모든 게 계획된 사기라니,

피해자가 몇천이라니, 뉴스에 근래 계속 언급되는 가해자 집단이라니.

피해자 톡 방을 몰랐다면 나는 혼자 아무것도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모두 같은 상황에 놓였지만, 서로 힘들 보태자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고마웠다.


- 내용증명은 보내셨어요?

- 내용증명이 뭐예요?

- 일단 그럼, 보험은 들어가 있죠?

- 잘.. 모르겠습니다.

- 허그 안심대출이니까 보험은 있을 거예요 확인해 보세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는 족족 아는 게 없다니.

등기부 등본을 떼보라기에 확인하니, 집은 역시나 압류였다. 무려 10개월 전부터 압류였다. 기가 막혔다. 

계속 정신이 혼미해 내려놓고 싶었으나, 해야할 일이 많았다. 다행히도 보험은 들어가 있었다.

단톡방 사람들은 보험 종류에 따라 연장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비용이 제법 나오니 확인 잘 해야 한다고 했고 당장 내용증명부터 시작해야 하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나를 다독였다.


나 전세보증금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어지럽혔다.

빨리 내용 증명을 시작해야 했다.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