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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비춰 본 우리의 마음

이은영 개인전 _ 思境, 사색하여 그리다

by 정윤희
KakaoTalk_20250528_112001974_01 - 복사본.jpg ©이은영, 희락만개(喜樂滿開) (일부), 120x330cm, 순지에 색채, 2025




탄자니아의 세렝기티에 위치한 마냐라 호수는

플라밍고 무리의 서식지이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호수인지 분간하기 조차 어려운 그 맑은 호수 위에

수 천의 플라밍고 무리가 내려앉은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런 광경...


그런데 어쩐 일일까,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실루엣에 순박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저 그림 속 플라밍고는.

발그레 한 얼굴에 콕 박힌 까맣고 빛나는 눈동자,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얼굴이다.




KakaoTalk_20250528_111944232_25.jpg ©이은영, 상동




플라밍고는 수 천 마리가 평화롭게 무리 지어 살아간다고 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무리를 가까이 두고 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일까.

나의 환상을 깨고 나온

순박한 얼굴의 플라밍고 무리가 밉지 않다.





KakaoTalk_20250528_111944232_24.jpg ©이은영, 상동




너무나 정겨운 표정과 형태를 하고

나의 환상을 버젓이 깨고 나와

참 천진하기도 하다, 저 플라밍고의 무리들은.

허나 저렇게 모여 있으니 그 빛깔 곱기도 곱다.




KakaoTalk_20250528_112001974_04.jpg ©이은영, 여운(餘韻), 160x110cm, 수묵, 1998




동물의 무리에 투사된 인간의 삶.

그러므로 저 그림은 자연 그대로의 백조 무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림 속 백조에 우리의 마음을 비추어 볼 수 있으니,

그것은 사실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저처럼 보드랍고 다정하고 평화롭고 싶은 우리의 소망인 것이다.




KakaoTalk_20250528_112001974_07.jpg ©이은영, 휴식2, 160x130cm, 화선지에 담채, 1985




머나먼 타국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얄궂은 표정의 영양들,




KakaoTalk_20250528_112001974_10.jpg ©이은영, 추억, 152x132cm, 화선지에 채색, 1998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다 같이 떼 지어 행진하는 오리들,




KakaoTalk_20250528_112001974_09.jpg ©이은영, 어울림(友), 88x56cm, 화선지에 담채, 2005



게 중에 파트너와 금슬이 좋은 어떤 무리들.



모두 자연인 듯 하지만

자연을 통해 확인받고 있는 우리의 마음인 것이다.







<전시 정보>

思境 _ 2025.5.22-5.28

한벽원 미술관 _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3


<작가 소개>

소청 이은영 _ 40여 년간 전통 동양화 외길을 걸어왔으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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