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개인전 _ 思境, 사색하여 그리다
탄자니아의 세렝기티에 위치한 마냐라 호수는
플라밍고 무리의 서식지이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호수인지 분간하기 조차 어려운 그 맑은 호수 위에
수 천의 플라밍고 무리가 내려앉은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런 광경...
그런데 어쩐 일일까,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실루엣에 순박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저 그림 속 플라밍고는.
발그레 한 얼굴에 콕 박힌 까맣고 빛나는 눈동자,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얼굴이다.
플라밍고는 수 천 마리가 평화롭게 무리 지어 살아간다고 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무리를 가까이 두고 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일까.
나의 환상을 깨고 나온
순박한 얼굴의 플라밍고 무리가 밉지 않다.
너무나 정겨운 표정과 형태를 하고
나의 환상을 버젓이 깨고 나와
참 천진하기도 하다, 저 플라밍고의 무리들은.
허나 저렇게 모여 있으니 그 빛깔 곱기도 곱다.
동물의 무리에 투사된 인간의 삶.
그러므로 저 그림은 자연 그대로의 백조 무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림 속 백조에 우리의 마음을 비추어 볼 수 있으니,
그것은 사실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저처럼 보드랍고 다정하고 평화롭고 싶은 우리의 소망인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얄궂은 표정의 영양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다 같이 떼 지어 행진하는 오리들,
게 중에 파트너와 금슬이 좋은 어떤 무리들.
모두 자연인 듯 하지만
자연을 통해 확인받고 있는 우리의 마음인 것이다.
<전시 정보>
思境 _ 2025.5.22-5.28
한벽원 미술관 _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3
<작가 소개>
소청 이은영 _ 40여 년간 전통 동양화 외길을 걸어왔으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