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만 개인전, 무한의 질서 Infinite Order
오로라, 아지랑이, 물안개 같은 것은
형태도 없으면서 지나치게 아름다워
그야말로 비현실적이다.
물성을 지닌 인간으로서는 그 광경을 한눈에 담기가 벅차서
그 앞에서 각고의 노력을 발휘한다.
쌀 한 톨, 두 톨, 세 톨, 네 톨....
야무지고 귀여운 작은 알갱이들
적당히 투명하고 또 적당히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 살과 피가 되기도 하고
땅에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기도 하는 신비로운 알갱이들
오로라, 아지랑이, 저녁노을 같은 아름다운 배경 위에
정성스럽게 쌀알을 늘어놓는 작업은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다.
크고 아름다운 신비를
거저로 받기만 하기엔 자존심이 죽어도 허락지 않아
어떻게든 그 거대한 순환에 동참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의지이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향해 애정과 열정을 쏟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로 인해 기적을 누릴 수 있다.
알갱이들을 통해 색은 굴절되고 통합된다.
마찬가지로 현실과 비현실은 통합되고
밥을 뜨며 사는 우리가
무게도 질감도 없는 그 빛깔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전시 정보>
무한의 질서 Infinite Order _ 2025.6.13-6.30
갤러리 자인제노 _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9-4
<작가 소개>
문수만 _ 캔버스 위에 쌀알 모양의 시트지를 부착한 후 여러 겁의 색을 올린 다음, 미세 붓으로 쌀알 하나하나를 직접 그려 완성했다. 2020년 제24회 일불현대국제미술전에서 살롱 블랑미술협회 회장상을 수상했고, 2014년 제10회 일한현대 미술동행전에서 일본 갤러리 北野坂 화랑상을 수상하였다. 대한민국 국회의장 집무실, 아람에미리트 한국대사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