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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l 16. 2018

해외에서 본 월드컵 깨알 재미

캐나다 이민생활

 동네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가  '네이마르'하면 갑자기 쓰러져서 바닥에 뒹굴면서 엄살을 피운다나. 브라질 선수인 '네이마르'의  플레이가 그렇게 상큼한 태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우스꽝스러운  패러디가 나왔을 것이다.

선수들의 실력이 좋기로는 이집트의 새로운 별인 리버풀에 몸담은 '살라'와 벨기에의 '아자르'와 '케빈' 그리고 베컴이 자기의 우상이었다던 영국의 주장 '해리 케인'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2위가 된 크로아티아의 '모드리치'의 침착한 모습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크로아티아가 러시아의 속국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결승전에서는 관중의 대부분이 빨간 옷을 입고 크로아티아를 응원하는 것 같았은데 서로가 착잡하지 않았으려나?

 한국전은 조마조마해서 거의 보지 못 했다.

독일전에는 가족들은 다 모여서 열심히 보는데 나는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공연히 서성 거리다가 부엌에 들어가서 생전 처음 해 보는 무 시루떡을 한다고 멥쌀가루를 체에 치고 시끄럽게 무를 써면서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초조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손흥민이 넣은 최후의 한 골에 박수와 안도의 숨이 터지면서 더 이상 한국전이 없다는 것에 누룽지처럼 타 들어가던 내 마음에 섭섭함이 가득했다.   해설자들이 한국 선수의 이름을 어색하게 발음하는 것도 못 마땅한데 일본 선수의 이름은 ㄴ,ㅅ등의 받침 외에는 받침이 많지 않아서인지 발음을 매끄럽게 하는 것도 약간은 얄미웠다.


2002년의 서울, 동경 월드컵을 볼 때에는 새벽 시간이라 잠에서 덜 깬 채로 시내의 이탈리언 스포츠 바에 가서 아침을 먹으면서 보았다.     치즈를 넣은 포카치아 빵에 커피를 곁들여서 먹으니 맛이 기찬데도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바람에 빵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경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러다가 한국이 이탈리아와  경기하는 날에는 이탈리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응원하는 그 카페에 가지 않고 한국 음식점에서 마침 한인들이 모여서 응원한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만약에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기면 다혈질인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다들 빨간 티셔츠를 입고 목이 터져라고 응원한 보람이 있었던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몇 번의 월드컵 대회를 거쳐 러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한국팀이 말도 많았던 차에 손흥민의 시원한 한 골로 독일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골로 보내 버렸으니 우리는 통쾌하지만 자신만만하던 독일은 너무 황당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광고 전광판에는 갑자기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한자가 난무하는 중국 광고가 눈에 많이 띄었다.

세상에, Wanda 미디어 그룹과 Hisense 가전그룹, 십 수년 전만 해도 멜라민 우유 파동으로 중국의 먹거리 체면이 땅에 떨어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연 생산 운운하며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에 상품 광고를 당당하게 내놓은 '몽우' 우유회사 등등

맥도널드가 배달을 한다는 것이 북미나 다른 나라에서 한다는 뜻일 텐데 내가 살던 터키에서는 이미 버거킹이나  터키 음식점들도 웬만한 곳은 다 딜리버리가 되고 있는데도 대문짝 만하게 배달 광고를 내는 맥도널드.

아디다스가 나오는데 나이키는 빠지고.             물론  선수들의 축구화는 대부분 나이키로써 충분한 간접효과가 만땅이고.  

이스탄불의 맥 딜리버리

눈에 띄는 광고는 한국의 기아와 현대차 광고이다.

최근 신박하게 나온 스팅어와 스포티지, 뉴 투싼의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확 띄어서 내 눈에만 그렇게 잘 보이는지 노출 횟수도 많고 광고를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끈했다.

제일 속 보이는 광고는 코카콜라 광고인데 경기 초반에는 가끔씩 보이던 광고가 후반전으로 갈수록 면을 돌아가면서 도배를 하는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TV 경기 해설자들 앞에는 코카콜라 한 병씩 놓았는데 건강 때문에 절대 먹지도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억지로 놓은듯한 인상을 주는데도 시청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각인시키려는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아울러 메이저 광고의  막강한 위력이라니




제일 눈에 광고는 당연히 '위블로'(Hublot) 광고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FIFA의 공식 전광판으로 알 정도로 선수 체인지나 남은 시간을  알릴 때 버젓이 광고를 한다.

스위스 시계 회사인데 지금은 루이비통이 속한 그룹에 팔려서 명성을 떨치는데 월드컵 경기의 후반으로 갈수록 치열하고 사력을 다하는 경기 때문에  선수들이 교체되어도 루스타임 없이 긴박하게  진행되어서 위블로 전광판에 화면에 비추어지는 시간이 짧아지고 거의 보이지 않아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경기장에서야 게임의 일부처럼

보이니 확실한 광고판임에는 틀림없다.


러시아 월드컵 다음에 카타르 대회가 열리고

2026년에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공동주최로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데 캐나다에서는 밴쿠버도 거론되었으나 밴쿠버가 속한 BC주의 주수상이

개최를 안 한다고 거부했다.

그 이유는 밴쿠버에서 개최할 경우에 FIFA에 내는 유치 분담금의 액수가 너무 많아서 주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가계에 재정적부담을 주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한다.

참으로 나보다 더 살림을 잘하는 '알뜰한 당신'이 된 주수상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지막지한 세금을 내는 것도 벅찬데 더 추가를 하면  숨만 쉬고 살아야 한다.                           가뜩이나 해외 투기 자본 때문에  몸살을 앓는 부동산과 내가 이민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경기가 좋다는 소문을 못 들어본 이 곳에서 무슨 영화를 보려고 월드컵 대회까지 열겠냐고. 그러나 유전산업으로 유명한 옆 주인 앨버타주의 에드먼턴이라는 도시에서 경기를 한다고 하니 밴쿠버에서 차로 9시간이 걸리는 그곳까지 가서 월드컵 경기를 봐야 할지 고민이다.

밴쿠버의 휘슬러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도 안 갔었는데.


유로축구의 쌍벽인 영국과 독일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탈리아팀은 16강에서 탈락하고

스페인과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도 일찌감치

짐을 쌌고 남미의 네이마르는 꼼수를 부려서 웃음거리가 됐으며 메시도 옛날만 못한,  다들 전설의 선수들이 되어 가고 있다.

오히려 벨기에의 선수들 기량이 비교적 우위에 있고 크로아티아팀이 악착같이 경기에 임해서

박진감을 선사했다.

프랑스의 우승을 보면서 오래전에 한국이 대패한  뼈아픈 상처를 주었던 과거가 되살아 나지만 실력은 실력,

승부는 승부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운명과 능력이 그 어느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다시 깨닫게 된, 그래서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경기가 다 끝나고 나니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나에게 경기 종료 후에 인터뷰를 하면서 한마디 하라면 스타 선수들에게  혼자 너무 튀려고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돈은 충분히 있텐데 그보다 더한 욕망 때문에

튀려고 하는 것이라면 보통사람들은 그 욕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또한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한 건지 의심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벅찬데

월드컵 경기로 그나마 한 달 동안 스트레스를 풀고 재미를 선한 그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강하고 우수한 종만 살아남을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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