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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pr 02. 2023

셀린 디옹의 샌드위치

퀘벡 진짜 맛집

'도깨비' 드라마로 급 부상해서 인기 관광지가 된 캐나다 동부의 퀘벡시티.

캐나다의 여러 주 가운데 유별나게 불어사용만을 고집하고 한 때 독립국이 되겠다고 주장하던 퀘벡주의 주도가 퀘백시티이다.

퀘벡주의 대도시인 몬트리올은 가장 큰 도시이며 경제의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소개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할 필요도 없이 ChatGPT한테 물어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오래된 파리보다 드넓은 대륙에서 살고 싶기도 하고 직업을 찾아서 온 사람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세네갈 출신들도 많다. 특히 식민지중의 베트남 사람도 많아서 월남국수는 다 맛있고.


불어를 강박적으로 많이 쓰는 퀘벡시티에는 영어를 주로 하고 불어를 제2 외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불친절한 도시이다.

시골로 갈수록 불어 발음도 달라지면서 영어인들은 'merci'와 'bonjour'외에는 벙어리, 귀머거리가 되고 만다.

불어에 대한 프라이드가 파리에 온 여행객에게만큼은  아니라도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대단하다 못해 비장다.

얼마나 비장하냐 하면 생활비, 교통비, 육아보조금등을 주면서 불어를 못하는 초기 이민자들에게 불어교육을 시킬 정도로 불어수호에 목숨을 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하던 전성기부터  내리막길이던 불어 지키기가 명맥을 이어 오지만 점점 쇠퇴해지는 분위기이다.


카페에 가면 나는 불어 연습을 하려 하고 이민자인 카페 주인은 나랑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 하니.

 시내에 가면 다들 불어,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잘하는지 존경스럽더라.


퇴폐적이면서도 자유스럽고 개성이 강한 프랑스풍의 인테리어와 파리의 카피 같은 건물들도 황량한 북미 대륙의 허허벌판에서 심미적인 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퀘벡시티는 고풍스러운 도시인 반면에  몬트리올은 경제 중심지이면서 최근에는 AI의 성지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북미의 파리로 불리는 몬트리올에 가면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여긴 꼭 가봐야 돼'라고 말하는 식당이 있다.

그렇게 프랑스적인 도시에서 프랑스 음식이 아닌 유대인이 경영하는 음식이 유명할까?

이름하여  'Schwartz's'라는 미트 샌드위치 가게이다. 단연코 식당이나 레스토랑이 아니라 가게라고 말하고 싶다. 비좁을 뿐만 아니라 하도 오래되고 낡아서 음식맛도 안 날 것 같은 꾸리꾸리한 노포이다.

부엌문 앞의 의자 두 개 있는 테이블에서 몸도 못 펴고 앉으니 식욕이 싹 달아나더라.

제일 유명하다는 훈제고기 샌드위치와 그에 따르는 오이피클, 콜슬로, 미국에선 흔하지만 캐나다에선 귀한 체리 코크까지

놓으니 상이 비좁다. 팔도 제대로 못 펴고 시골쥐처럼 조심스레 갉아먹는 기분인 데다 팔을 들면 옆사람 팔이랑 부딪치니 어이가 없어서.


무식할 정도로 식당의 진열장에 훈제된 고기들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다스플레이를 한 것도 기가 찼다.  그래도  바로 옆 가게에 테이크 아웃만 하는 장소에 약간의 투자는 했더라.


 빵속에 들어 있는 슬라이스 된 고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쪽의 식빵이 닫히지가 않을 정도로.

짭짤하면서도  결코 건조하지 않고 육즙이 배어있는 고기의 향연.

너무 사람이 많고 밖에서 줄 서있는 사람을 보면서 먹으려니  초조해서 빨리 먹으려니 목이 메어서 체리코크로 속을 눌러가며 재빨리 삼키다시피 먹는데도 맛이 있었다.


계산대에는 유대인 할아버지가 돈통을 꽉 잡고 있었다. 역시~~~

계산도 줄을 서서 기다려서 하는데 50cm 밑의 테이블에선 손님들이 음식을 먹기 바빴다. 사람이 바로 옆에 서 있어도 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비좁은 걸 실감했다.

요즘의 한국은 카페도 여러 층을 사용하고 몇백 평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땅덩이도 넓은 캐나다에서 좁은 복도 같은 가게에서 복닥 거리면서 먹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꿍얼거렸다

계산 순서를 기다리면서 벽을 보니 언제부터 붙은 것인지 누렇게 변색되어 버린 포스터를 보니 갑분 셀린디옹의 사진이 보였다.

셀린디옹이야 신이 내린 목소리로 타이타닉의 주제곡으로 만인의 마음을 적셔주지 않았던가. 날씬하다 못해 점점 말라가더니 최근에는 희귀병에 걸려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데.

그녀가 이 샌드위치 가게의 주주였다고 한다.

사업성을 보고 투자했겠지만 맛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녀가 사랑한 샌드위치라고 내 맘 속으로 정하고 먹어보았다.


사실 예부터 사업이 잘 된다고 절대 확장이전 하지 말라고 했다.

폭망의 지름길이라고.그때의 사업환경은 그랬다 해도 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확장이전을 안 하는 이 식당의 고집스러움이 언제까지 지탱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맛으로 만 승부를 거는 몬트리올의 맛집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실제로 시내에도 이 집과 비슷한

미트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많다.

그래서 깔끔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요런 샌드위치를 시켜 먹어보았다.

앗, 한 입을 베어 물어보니  확실하게 찐 맛집과 차이가 났다.

그냥 구운 고기일 뿐  감칠맛이나 오랜 세월 배어든 찐함이 아닌 덤덤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이었다.

 진국 같은 사람이 있고 얄팍해서 깊이가 없는 사람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짝퉁은 자리만 채울 뿐 알아주지 않는 거였네.


셀린 디옹의 샌드위치 게라는데 노래나 샌드위치나 다 깊은 맛이 .


엄청난 양의 훈제 고기와 체리 코크


수많은 나라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에서 먹어볼 음식도 많고 만나볼 사람도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푸르고 미세먼지 없는 청정한 공기가 대지를 감싸고 있는 것이 좋다.

캐나다 동부는 랍스터, 서부는 게요리가 유명

멋과 맛을 다 잡은 프랑스 식당의 음식


프랑스에서 많이 이주한 퀘벡 인들이 최근 프랑스시위를 보는 마음은 어떨까?

캐나다도 연금 지급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려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정부가 손을 들고 기존의 65세로 돌아왔다.

국민들은 연금 지급이 1년만 늦어져도 피눈물이 나고, 정부는 인플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인당 5불만 올려도 곡소리가 나니 프랑스에서 2년을 늦추겠다는 건

쌍방 전쟁에 가깝다.

실제로 불타고 난리가 났네.


기껏 맛있는 샌드위치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연금은 왜?

노인들은 소화를 못 시켜서 저렇게 두꺼운 고기 덩어리 반도 못 먹는다. 또한 연금으로 살기 때문에 유명 맛집에도 못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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