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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Mar 19. 2024

살림의 여왕

인터뷰를 하고 싶은

나도 한 살림한다고 남들이 이야기하곤 한다.

음식에서 나물류를 제일  못한다. 성질이 급해서  찬찬히 야채를 다듬지 못하므로.

그 대신 스피드요리는 스피디하게 한다.


청소분야에서는 쓸고 닦아서 반짝반짝하게 하진 못한다.

그러나 물건 배치는 적요적소에  

놓아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쌈빡하게 만든다.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많은 물건이나 장식품을 배제한다.

히 묵은 살림을 병적으로 싫어해서 오래되고 낡아서 안 쓰는 옷이나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사는 것들은 계절이 바뀔 때 어디에 저장해야 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구입을 한다.  

부엌살림은 상, 하부장안에 다 들어가야 할 정도로만 하고 부엌 카운터 위에 기구들은  최소화하고 벽면의 선반이나 국자걸이등은 절대 불가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쌓아둘 데는 없어서 침대밑이나 옷장 서랍에 켜켜이 쌓아 놓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여기 까지만 해도 무지하게 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림이라는 것이 종합예술이라서 완벽하게 할 수도 없을뿐더러 개인의 취향과 엄마에게 물려받은, 유전적으로 결벽증이 있거나 반대로 저장 강박증이 있거나 해서 일관되게 말하기는 어렵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첫인상이 돼지우리 같다던가 너무 휑해서 삭막하다던가 하지도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완벽함은 어느 분야든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강적이 나타났다.

(손이 많이 가는 전은 괜찮고 부엌 면이 지저분한 것이 싫어서 전기 콘센트도 많이 안 팠음)


아들네가 이사 간 집에 지난가을에 가 보았다. 100년 된 집도 많은 몬트리올의 섬 안의 낡은 집만 보다가 20년 된 집은 거의 새집이라고 좋아하던데. 어이가 없어서.

밴쿠버에서 살다가 동부로 이사 간다는 것은, 특히 퀘벡은 이민이나 마찬가지더라.

언어와 문화가 다르니 더욱.

 

내가 오래 살던 지역이면 집수리를 해도 하던 업체에 의뢰를 하면 되는데 낯선 곳에서는 그것이 제일 어렵다.

아들이 손재주가 좋아서 그동안 주택관리를 잘  왔지만 이사한 집의 레노를 한다면 업자 선정부터 어려워서 웬만한 수리가 다 되어있는 집을 선택했다 한다.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뭔지 모르게 구석구석 전 주인의 숨결이 느껴지더라.

오멘도 아니고 알뜰의 영이 떠다니는 느낌?

돈을 적게 들이고도 20년 동안 갈고닦아 공을 들인 결과물이 이 방을 든가 부엌을 가든가 마당을 보더라도 건성으로 혹은 돈으로 바른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계획해서 하나하나 손 본 흔적이 얼마나 야무진 살림 솜씨인 줄을 알만했다.


나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아들에게

'이 살림왕인 주인아줌마 한번 만나서 인터뷰해 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가끔 연락하고 들려서 며느리에게 집안의 매뉴얼을 알려주곤 한다나.

 집에 하자가 없다는 데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 보통은 나 몰라라 연락을 끊는데)


내가 이 아줌마의 살림 실력을 높게 평가한 1순위는 싱크대의 거름망이다.

개수통의 스테인리스가  설거지하면서 행여나 긁힐까 봐 딱 맞는 스텐 망을 깔아 놓았다.

나도 심한 설거지를 할 때는 실리콘 망을 깔 생각도 했지만 그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며느리는 털털하기도 하지만 아들 셋 엄마의 고단함 때문에 무조건 디쉬워셔에 하루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돌리니 그 망을 안 쓰다가 나한테 보여준다고 깔아 놓았다.

( 실리콘 망과 스텐 망,

 스텐이 더 개수통을 더 긁힐 것 같다는 나의 편협한 생각 때문에 사용을 안... 못하겠다.)


집안의 에어컨도 옆집들은 일층, 이층의 복도에 따로따로 설치를 했는데 이 집은 일, 이층 층계 참 중간 벽에 달아서 무지하게 절약형으로.

마당엔 화분걸이를 일렬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세워 설치하고 투명 호스를 각 화분마다. 말하려면 끝이 없다가

앗, 하고 발견한 것이......

외출하고 돌아오다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니

지붕 위에 무슨 새가 앉아 있는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올빼미가 앉아 있었다.

진짜가 아니고 모형이었다.

웬 가짜 올빼미라니?

한국 지인들이 캐나다에 놀러 왔다가

돌아갈 때 이상하게 부엉이가 있는 장식품을 많이 사 가서 이유를 물었더니 부엉이가 재물을 많이 가져온다고 해서란다.

아니 이 서양 아줌마가 그런 동양 미신을 이미 알았다고?

그게 아니고 캐나다 국민 새인 까마귀들이 많이 몰려와서 똥을 싸고 지붕을 쪼아서 못 오게 하려고 우리나라의 참새 쫒는 허수아비처럼 세워놓았다니

이층 지붕에 올라가서 설치하기도 귀찮지 않나? 

안 밖으로 졌다 졌어.


나는 집안 일도 후다닥 해 치우고 앉아서

책을 보더라도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다.

그러 하루종일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아침밥 먹고 치우고 나물 다듬고 반찬하고 점심 먹고 치우고 만두 빚고 남은 반죽으로 칼국수 썰고 저녁 먹고 치우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 굽고 샐러드 야채 물 빼고 부엌 바닥을 닦고 부엌에서 퇴근한다.

과장됐지만 정말 바지런한 사람 많다.

그리고 살이 안 쪘다.


이 서양 아줌마도 바짝 마른 체형이라는데 어찌 발발거리고 살림을 매섭게 했는지 짐작이 간다.

다음번에 가면 꼭 한번 만나서 실물영접을 해 보리라.


아줌마 남편이 쓰던 서재 겸 덴(den)에 머물렀는데 이상하게 마리화나 새가 심하게 나서 물어보니 내가 자던 침대 자리에 아저씨의 시가를 넣어둔 장식장이 있어서 그 냄새일 거라 했다.

방 전체와 벽에 담배 냄새가 밴 것을 보면

아줌마의 알뜰살뜰함이 도가 지나친데 말을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고 따라가긴 힘드니 스트레스가 쌓여서 외딴 방에서 문 닫고

들어가서 담배만 뻑뻑?

평범한 남자라면  질렸을 것 같다.


이사 간 후에도 찾아와서 상세 정보를 다시 알려주는 걸 보면 이 집에 대한 애착뿐만 아니라 도가 넘을 정도로 매서운 살림 손맛을 가졌다고 본다.


  아줌마와 비교하면, 얼룩진 것을 끝까지 지우기 위해서 기껏

10번 까지 문지르는 인내심을 가진 나는 하수다.

(친구가 그려준 해바라기 그림을 아들네 집들이 선물로 주었는데 재물이 집으로 들어

오고 부엉이는 그 복을 지켜 준다니  

서양 아줌마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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