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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ug 03. 2018

바비큐의 모든 것

고기와 야채의 콜라보

여름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바비큐이다. 뒷마당도 좋고 집 근처 공원도 좋고 아파트의 베란다도 좋고 공간만 있으면 거창한 바비큐 틀이 아니더라도 국민 버너인 '블루스타'같은 가스버너로 고기나 소시지와 각종 야채들을 구우면 여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

특히 불고기를 구우면 달짝지근한 그 냄새 때문에 지나가던 캐네디언들도 코를 벌름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여름에는 이렇게 구운 음식으로 친지들을 초대하면 여러 가지 반찬을 할 필요도 없이 간단하고 또 고기가 뜨거울 때 채소나 샐러드와 곁들여서 먹으면 즉석요리로는 최고이다.   

단, 불판 앞에서 신나게 고기를 굽던 사람이 이제 고기 한 점 먹으려는 찰나에 그동안 실컷 먹고 배부른 사람들이 '배부르니까 그만 굽지'라는 얄미운 말은 하는 것만 빼고.                                  물론 고기를 구우면서 익었나 안 익었나 본다고 양념이 잘 배어든 육즙 가득한 뜨거운 고기를 샘플로 먹은 것만으로도 배부르긴 하지만.


밴쿠버의 이번 여름은 아직까지는 예년처럼 잔디가 타서 죽어가는 사태 때문에 물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공원에서는 불티가 튀는 차콜 바비큐 틀은 안되고 가스버너만 허용된다고 하니 그대로 지켜야만 착한 시민이 되는 길이다. 규제와 법이 까다로운 이 사회에서는.

그러나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이른 저녁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골목에 퍼질 때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착한 시민이 저절로 되어버린다.


터키 사람들의 바비큐 사랑은 남다르다.      터키어로 바비큐를 '망갈'이라고 하는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대가족이 공원에 몰려나와서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 우리가 근처를 지나가면  인정이 많은 터키 할머니가 '야반지(외국인)'라고 부르면서 와서 먹고 가라고 손짓하던 정겨운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 번은 이웃에 사는  터키 가족이 '망갈'을 했다고 구운 닭날개를 한 접시 주었는데 털이 숭숭 나 있는 고기를 먹으라고 주워서 먹지 못한 적이 있다. 아무리 이동생활을 했던 거친 유목민족의 후예라고 해도 닭날개의 털은 좀 뽑고 먹지.


오랜 여정 가운데 별이 무수한 사막의 밤을 지내야 하는 낙타와 상인들, 모래밭 한편에 낙타를 꿇리고 불을 피워서 빵을 구워 먹으며 가통의 물로 끼니를 때운다. 밤에는 급격히 떨어지는 온도에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자고 새벽별을 보면서 이슬에 젖은 행장을 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 캐러밴의 행렬들.

지금도 지방에 가면 아랍 상인들이 묵었던, 가운데는 넓은 마당이 있고 사방으로 숙소가 있는 '캐러밴 사라이'라는 여인숙들이 관광 명소로 남아있다.



'터키'하면 건조하고 뜨거운 열기가 훅 끼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넓은 땅덩어리 때문에 북부지방은 청명하고 추우며 남쪽은 섭씨 60도가 넘는 혹서에 아스팔트가 녹는 그런 나라이다.  

'안탈랴'라는 남부지방의 휴양도시는 러시아의 축구선수들이 겨울에 전지훈련을 하기 위해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유럽의 음산한 겨울 날씨를 피해 겨울을 지내려고 오는 유럽의 노인네들로 바글거리고 '페티에'라는 도시는 아예 유럽 노인네들을 위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물가가 싸고 먹거리가 풍부하며 자잘한 범죄가 없으며, 요즘에는 테러 때문에 불안하지만 공항에서 웬만하면 수하물 검사를 하지 않는 여행자 천국 중의 하나인 나라가 터키이다. 게다가 유럽과 가까운 거리로 인해서 왕복 200~300불 정도에다가 두세 시간의 비행시간으로  유럽의 웬만한 도시를 갈 수 있으니 살면서 유럽을 여행하기도 좋은 나라이다.


또 다른 면은 내가 이스탄불에 살던 당시에는 공기는 탁하고 사람은 많고 아이들도 카시트가 법규정이 아니어서 앞 좌석에 두 명씩 데리고 앉고 좁은 승용차에 족히 10명은 되는 대가족이 꽉 찬 채로 지나가는 차를 보고 아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살고 있을 때는 이것도 안 맞고 저것도 짜증 나서 항상 불만이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즐길 것과 볼 것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처럼 비를 좋아하고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터키는 비가 없고 뜨거워서 늘 '덥다 덥다'하면서 찡그리고 살았다.

부엌에 있는 망갈 화덕

                  초르바와 곁들여 먹는 빵


터키 아파트에 신기한 화덕이 있는데 베란다에도 있지만 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부엌의 오븐 옆에 굴뚝이 있는 화덕이 있었다. 한국이나 캐나다에서 놀러 왔던 친구들이 제일 신기하게 생각했던 가옥구조이다.

요즘처럼 공원에서 숯불구이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고 떠나 온 터키의 '망갈' 화덕이 생각난다. 고기뿐만 아니라 옥수수도 굽고 새우나 해산물, 소시지도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비큐야 말로 진정한 여름 요리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더위를 이기는 음식 중의 하나가 성경에 나오는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았다는 그 붉은 팥죽이 그것이다.                      붉은 렌틸콩으로 만든 '메르지멕 초르바'는 터키 국민들의 주식인 빵과 수프는 어디에 가든 기본적으로 나오는 것이라서 여름뿐만이 아니라 사철 국민건강을 챙겨주는 음식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터키에서도 뜨거운 날씨때문에 바비큐도 못 할 정도의 폭염에는 결국 냉방이 빵빵한 스타벅스가 최고. 이스탄불의 '베벡'이라는 바다가 보이는 동네의 스타벅스는 자칭 세계의 스타벅스 중에서 매출이 10위안에 들 정도로 명소라고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터키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스타벅스가 인기인 것은 사실이다.

일단 시원한데서 몸을 식힌 후에야 먹는것이 생각나는 뜨거운 여름이다.

내가 살던 이스탄불 동네의 스타벅스
스타벅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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