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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Dec 07. 2018

커피와 초콜릿

물 따라 맛 따라

나에게 '외국'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이미지가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커피와 초콜릿이다.

옛날에 커피나 초콜릿의 열매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원시적인 방법으로 그 열매를 갈아서 음료수로, 식품으로 만들어 먹을 때만 해도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신성시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발전 시켜서 너무 맛있는 중독성의 기호식품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악마가 준 선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만인의 집착 식품이 되고. 캐나다 사람들도 커피라는 말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20~30분씩 운전해서 그 커피집을 찾아간다. 한국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빈으로 장착한 어여쁘고 개성있는  카페들의 천국이다. 한 여름날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어깨가 다 드러난 옷을 입고 금발을 휘날리며 노천카페에서 커피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그냥 화보 같은 모습을 보고 나도 얼마나 따라 해 보고 싶었던가.

팔뚝에 살이 쪄서 두툼하거나 말거나.


토론토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있는 '욕빌'이라는 유명한 동네의 멋진 커피집이 많은데 겨울이 6개월인 탓에 노천카페에 앉아 보지도 못 하고 밴쿠버로 이사를 왔다. 밴쿠버는 반년 이상이 우기라서 빗속의 카페이고 여름이면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건물 속으로 들어가기 바쁘고.        오히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각처를 여행하면서 유명하다는 커피와 그 맛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은 캐나다 국민 커피집인 '팀 홀튼즈'나 '스타벅스'만 가고 노인들이 선호하는 '맥도널드'에는 주차와 공간 차지에 제약이 많아서 꺼린다.

'블루보틀'만 해도 아직 밴쿠버에 상륙하지 않았고 각종 스페셜티 커피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밴쿠버는 아직 조용한 읍내 같은, 유행을 별로 타지 않는 분위기이다. 내 기억 속에서 외국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커피와 초콜릿을 생각할 때 마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고 초콜릿도 새롭고 다양한 종류와 맛에 감탄을 금치 못 한다.

'초콜릿'하면 예전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허쉬 초콜릿'의 달콤하고 쌉쌀한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금도 '허쉬'에서 대용량의 크고 두꺼운 바 초콜릿이 나오지만 내가 어릴 때는 레귤러 사이즈의 바 외에는 그렇게 큰 바는 귀했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가정방문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어머니하고 상담도 하시는, 참으로 훈훈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옛날 어머니들이 마냥 속이 좋고 순박하기만 하신 것도 아니고 치맛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성끼가   가미된 교육열이 있으셨다. 그래서 특히 가정방문 때에는 강한 임팩트를 위해서 간식 상을 푸짐하게 준비하시곤 했다. 그 틈을 타서 내가 먹고 싶고 그전에 골목 시장에서 미리 답사를 하고 눈여겨 보아 두었던 아몬드가 숭숭 박힌 '허쉬 아몬드 초콜릿' 돼지 용량을 선생님이 좋아하신다고 거짓말을 해서 간식으로 준비하시게 했다.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의 가정방문시간으로 할애하는 기간 동안  경쟁적으로 차린, 그 당시에 물량보다는 정성껏 준비한 집집을 다니시기에 피곤했던 선생님들.

방문이 거의 끝날 무렵에 우리 집에 오신 선생님이  한 조각의 초콜릿을 드시고 남기신 것을 내가 다 차지했을 때의 그 감격이란 잃었던 나라를 찾은 기쁨과 비교하면 너무 불경스러웠을까?

지금도 아들들은 엄마의 애템인 아몬드 초콜릿을 슬쩍 사다 주곤 한다. 선생님 것을 갈취한 제 어미의 비리도 모른 채.                                   한국의 최초의 초콜릿은 내 기억으로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 모르지만  '문화 초콜릿'이 아니었나 싶다. 초콜릿 맛을 내려고 애쓴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라핀의 눅진한 느낌에다가 코코아 죽을 덮은 것 같은 초콜릿 흉내만 내다가 사라져 버렸다. 해태나 동양, 롯데 초콜릿 이전에 반짝하고 나왔었다. 지금이야 제과 기술의 발달과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프랑스산. 벨기에산, 영국산 등 유럽 제품들과  동남아의 달디 단 누가바와 쿠키 같은 것들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는 간식 세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저 초콜릿이라면 다 좋고 어른들은 동화 속의 음식 마냥  환상이 있어서인지 다 좋아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민을 와서 컨비니언스 가게를 운영하게 된 분이 한국에서 감질났던 초콜릿이 가게에 흔하고 너무 먹고 싶었던 나머지 매일매일 종류별로 먹다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그런 환상의 스낵인 '허쉬 초콜릿'도 미국 '허쉬'와 캐나다의'허쉬'가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물론 생산지의 토양과 물맛에 따라서 같은 레시피와 공정이라도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더 오리지널 맛을 느끼기 위해서 미국에 가면 허쉬 한 박스씩 사 오던 팔랑귀 시절도 있었다. 사실 다국적 기업이 한 나라에 들어갈 때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할 것이다. 같은 코카콜라도 단 것을 좋아하는 터키의 코카콜라는 달아도 너무 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영국에서 마시던 콜라 맛은 음울한 분위기  때문인지 찌르르 하다못해 쓴 맛도 약간 났다.  양념 종류도 나라마다 맛이 약간씩 다른것을 느끼겠던데.

이렇듯 입맛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식품들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서 가려먹는 시대가 되었다. 가려먹어야 된다는 강박적인 스트레스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질 지경이지만.


단,커피만은 노천카페에서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앉아서 마실 것.

캐나다 동부와 서부의 달라도 너무 다른 차림새와 카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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