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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Nov 17. 2018

홍쿠버의 딤섬

홍콩보다 더 맛 있다는 딤섬이 밴쿠버에

내가 어릴 때에, 오랜 세월 사용해서 움푹 패인 나무 도마 위에 놓인 수박, 아니면 은색 바탕에 연속무늬의 핑크 꽃으로 테두리를 두른 운두(그릇의 테두리)가 낮고 넓은 양은 쟁반 위에 수박을 놓고  칼로 자르곤 했다. 바로 그 칼의 정체는 나무 손잡이의 무쇠 식칼이었다.                쩍 갈라지는 수박을 한쪽씩 받아먹을 때 느껴야 할 상쾌함은 온 데 간데 없고 칼에 배인 마늘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곤 했었다.

칼 뒤꿈치로 마늘을 짓이겨서 파 마늘을 나무 도마에서 리드미컬하게  다지던 칼에 쩔은  마늘의 아리고 강한 냄새가 수박에 배었다고 상상해 보라. 수박의 시원하고 아삭한 과일맛을 이상하게 망치는 마늘의 진한 향.                                       나물을 무칠라 치면 참기름을 나물에 두르고는 기름 한 방울이라도 허비하지 않으려는듯 뚜껑을 닫기 전에 좁은 참기름 병의 입구를 혀로 쓰윽 핥고 뚜껑을 닫던 할머니의 알뜰함도 더불어 이상했고.

어린 나이에도 마늘향이 그렇게도 강하다는 것을 이미 알아 버린 후에 그 느낌이 냄새로 남아서 수박이라면 질색을 했었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마늘 냄새가 밴 칼로 썰은 수박이 아닌  씨 없는 향긋한 수박을 맛있게도 냠냠 먹고 있다.  나이 들면 식탐이 많아진다는 말에 더해서 깨끗하긴 한데 뭔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무미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냄새나면 더럽다고 기피하고 깨끗하면 인간미가 없다고 사족을 많이 다는 나는 무흠하다는 천국에서도 꼬투리를 잡아서 불평을 할려나?

아무튼 마늘, 생강과 파같은 향채로 맛을 내는 중국 음식이 밴쿠버가 본토보다 더 있다는 소문이 난 지 오래 되었다.

                          평범한 중국식 런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일식집의  러브 보트


                         레바논 음식인 샤왈마

터키 음식

     느끼한 음식 후엔 깔끔한 민트차로 마무리



이민자의 나라답게 세계 각국의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밴쿠버에서 제일 흔한 음식은 중국 음식이다. '리치먼드'라는 공항 동네의 중국 타운에 가면 영어가 필요 없다.

복이 나가지 않는 날을 잡아서 샤워한다는 속설이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지, 기름이 흘러서 삐죽하게 뒷 머리 한가닥들떠 있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벤츠를 타고 와서 장을 보고 식당을 꽉 메  주고 받는 중국말의 강한 억양 때문에 식당이 떠나갈 것만 같다.  딤섬 레스토랑에 가면 아직도 딤섬을 가득 실은 카트를 테이블 사이로 밀고 다니는 곳도 많이 남아있다.

보통은 메뉴 지를 주고 숫자를 기입해서 음식을 가져다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 사람이 선호하는 것은 만두 종류로써 '샤롱바오'나 '하가우'그 외에도 '연잎밥' '포크 번'

넓은 쌀국수에 소스를 끼얹은 것 등등 정해져 있는 편이다.

게나 가재, 조개 등의 해산물이 흔한 밴쿠버에서 홍콩 반환으로 불안하던 시절에 대거 이민을 왔던 홍콩 사람들이 자신이 요리사이거나 요리사를 취업이민을  시켜서 식당을 많이 열었다.

풍부한 식재료와 넓은 장소때문에 대형 중국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오향의 특유한 향을  빼고 퓨전 중식을 선 보였다. 그래서 케네디언들도 거부감이 없는 요리로써 자리매김을 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홍콩 부자들이 밴쿠버의 노른자위 땅을 무서운 속도로 사 들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밴쿠버의 요지인 '그랜빌 스트릿'의 고급 주택을 마구잡이로 사들여서 다 부수고 최대한의 용적률로 대형 주택을 짓는 것이 한 때 유행이었다. 그래서 건축 현장에는 경관을 해치는 몬스터 하우스를 짓는다고 화가 난 동네 주민들이 항의도 하고 짓고 있는 건물 벽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요즈음 그 동네를 지나다 보면 건물만 덩그마니 크고 옆 집과의 조화도 안 되는 따로국밥 같은 집들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최근 2~3년 동안 중국 본토에서 해외로의 국부유출(?)의 타깃이 된 밴쿠버의 주택 때문에 주민들이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북경의 택시기사가 밴쿠버 '그랜빌'지역의 집값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니 그 당시의 열풍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밴쿠버의 각종 먹거리 중에서 애정 하는 딤섬이지만 집에서 차린 한식을 비교하면 역시 한식이 최고.

양식이나 중식이나 기름져서 어쩌다 한 번이지    매 끼를 먹으라면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이민의 삶을 영위하는 이 곳 서양의 공기까지 스트레스이므로  김치를 퍼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지경이니.

이따금씩 맛있는 딤섬을 먹고 와서 해독주스의 꽃이라는 비트를 갈아먹고 위를 진정시킨다.

트는  레드, 골드, 캔디 비트가 있는데              캔디 비트는  먹고 나도 변이 붉어지지 않아서 자주 갈아먹곤 한다.

밴쿠버 인구의 10%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사는, 홍콩보다 홍콩 음식이 더 맛있다는' 홍쿠버'.

요즈음은 중국 내의 사정 때문인지 밴쿠버의 주택 정책 때문인지 중국말이 여기저기에서 좀 덜 들리는 것 같다.

그래도 기름이 줄줄 흐르는 중국 음식은 가끔 먹으면 정말 맛이 있다.

                                     캔디 비트

               보기에도 느끼한 서양의 아침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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