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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pr 10. 2018

파티족들의 캐나다 이민생활

결혼하기 위한 몸부림

자기의 미래를 예감하는 듯,  음산한 느낌의 총각파티.


파티족들의 종착역은 결혼전에 무언가 해결해야 하는 총각파티, 신부파티일 것이다.

신부파티는 결혼 직전의 친구를 즐겁게 보내주는 느낌의 아기자기한 파티이다.

우선 신부파티에 가 보면 신부 친구들과 또래의 여자 친척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데

음식 내용은 별로인데 플레이팅은 잡지 화보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하게 차린다.

신부 친구들이 가져오기도 하고 본인이 준비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메뉴는 주로 찬 음식 위주로 샌드위치, 스콘, 또띠야, 여러 종류의 샐러드, 에피타이저에다 여자들이 마시기 좋은 포도주와 스파클링 음료수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쁘게 한가득 차려 놓고 빨리 먹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인데.

우선 신붓감을 가운데로 나오라고 해서 세워 놓고는 사회자가 질문을 하는데 주로 궁금한 이야기들 중에 제일 궁금한 것은 신랑감과 언제 첫 키스를 했냐이고 두 번째는 어디서 프러포즈를 받았냐?

기분이 어땠냐? 아이들은 몇 명 낳을 계획이냐?  미혼의 여자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집 문제라든가 직업이라든가 하는 현실적인 내용은 별로 없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것도 아닌 질문인데도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는 그런 파티이다.

신붓감은 결혼 전의 마지막 파티라서 그런지 흥분도 되고 상기되어 있고 제일 친한 친구는 약간 슬픈 듯 차분한데 비해서 초대되어 간 신부 엄마는 신이 나서 말하는데 목소리가 점점 하이톤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는 정식 결혼이 아닌 '커먼로'라는 명칭의 부부관계를 법적으로 인정을 하기 때문에 동거한 사실이 일정기간을 지나면 세금신고나 양육면에서 부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그 과정 없이 곧바로 결혼식으로 직행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머리가 시원할 수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을 하며 다른 쪽 뇌로는 음식이 식을까 봐 걱정을 하면서.  더운 음식은 거의 없는데도.

실제로 결혼을 하고 나서 육아문제로 헤어지는 젊은 부부가 이 나라에 많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를 키울  때 서로 다른 의견을 놓고 싸우다가 막다른 곳까지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요즘은 달라졌지만 아이들을 낳으면 아이 때문에 양보하고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나라는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조건도 만만치 않게 보지만 결국 케미가 통해야만 결혼까지 갈 수 있고 사실 결혼하고 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동양적 사고에 반해서 서양 사람들은 행복 위주의 결혼관이 강하기 때문인지 농담이긴 하지만 임종할 때 침상을 지키는 배우자는 네 번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찌 보면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복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결혼 전의 신부파티가 차분하게 끝나면 오히려 결혼식에서는 밤새 춤을 추면서 시끌벅적하게 보낸다. 이상은 내가 시어머니로써 초대를 받았던 큰 며느리의 신부파티였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서 꿀 먹은 벙어리 신세의 파티였다.

먹기도 아까운  애피타이저

예쁘디 예쁜 신부파티에 비해서 총각파티는 맥주만 퍼 마시다가 쓰러지는 분위기이다.

서양 남자들이 술 마실 곳이나 모임이 별로 없어서 주방에서 혼자서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총각파티는 식당에서 많이 하는데 지난 주말에 큰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5월에 결혼식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한다고 해서 어디서 하는지 봤더니 멀리 북쪽 지역의 캠핑장에서 캠핑을 3박 4일 동안 한다고. 여자들도 그렇게 오래 수다를 떨 일이 없을 텐데 남자들이 웬 일?

그 파티의 주인공은 부모가 폴란드에서 이민을 와서 보석상을 경영하는데, 자녀들은 다 캐나다에서 태어났는데도 굳이 폴란드 색시감을 구한다고 고집을 해서 몇몇 케네디언 아가씨들과 데이트를 해도 성사가 안 되었다가 작년에 폴란드에 사는 아가씨랑 롱디 커플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어드벤쳐 정신으로 무장한 총각 파티장소

폴란드 사람들이 가족 위주에다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는 것들이 우리와 비슷한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음식도 매운탕 종류도 좋아하고 한국 김치도 잘 먹고 사무실 근처의 한국식품에서 파는 도시락 세트에 감탄하고 김밥에 매운 떡볶이를 사다가 점심때 믹스커피에다 먹곤 한다고.

같은 폴란드 사람끼리 결혼하기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은 알겠는데 30년간 다른 지역에서 자라고 영어를 한다고 해도 모국어를 쓰다가 친정을 떠나 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국 아가씨들이 캐나다로 유학을 왔다가 이민 2세를 만나서 결혼한 경우에 아기를 낳고도 적응하지 못해서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며느리들이 있는데 아들은 일을 해야 하니까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마음도 힘들고 몸도 힘든 시어머니가 의외로 많다. 한국은 집 앞에만 나가면 놀거리가 천지인데 여기는 저녁만 되면 깜깜해서 놀거리는커녕 볼거리도 없으니 젊은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것이 이혼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냥 사는 곳이 같은 데서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좋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녀들 혼사인 것 같다. 3박 4일 동안 무얼 하는가 봤더니 일반적인 캠핑에다 사냥을 해서 운이 좋게 꿩이라도 잡으면 즉석에서 구워 먹는다고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케네디언들은 가족들과 캠핑하는 것이 생활화되어서 심심하면 캠핑을 가는데 뭐 하려고 미리 사서 고생을 하는지.

술파티가 아니고 자연 속에서 건전한 파티라고는 하나 남자끼리 3박 4일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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