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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Sep 02. 2020

영화 보러 인도에 가고 싶어

할리우드, 발리우드

밴쿠버에는 인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타운이 있는데 그들이 많이 먹는 '커리'와 비슷한 발음의 '써리'라는 애칭을 가졌다.

그 동네의 어느 거리를 가서 한 10분간 서 있으면 온통 인도 사람들만 오고 간다.

이렇게 인도 사람이 많은 이유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있었던 인도인들이 캐나다로 이주해오는 영국인 주인들을 따라와서 살다가 주인들이 죽고, 특히 농장주였던 지주들이 죽으면서 인도 하인들에게 물려준 땅이 '써리'와 "랭리'라는 외곽에 많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거대한 도시 전체가 인도 타운이 되어버렸다. 그곳에 가면 은은한 커리 냄새가 배어있는 가운데 오리지널 헤나 염색, 각종 색깔의 커리, 스카프와 옷감 등 인도의 풍물을 접할 수 있다. 반면에 인도 사람들이 살던 집을 사면 부엌은 다 뜯고 새로 해야 한다고. 커리와 온갖 향신료냄새로  쩔어서.


인도 영화는 오죽하면 할리우드를 뺨친다고 해서 발리우드라고 불릴까?

참, 언제부턴가 봄베이가 뭄바이로 변했더라.

인도에는 별로 관심 없었던 때에는 '봄베이'라는 인도풍의 가구점이 캐나다에 있어서 몇 점의 가구를 구입한 적이 있었고 인도 음식점이 있어서 가끔씩 가는 정도였다.

이번의 코로나 강제 구금기간 동안에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만 개고 있는데   인도 영화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너무 정신 없다고 질색을 하는 사람과 볼수록 빠져 들어간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서 지루하고 유치하다며 끝까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밖에 안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인도 영화이다.

3대 칸으로 꼽히는 인도의 대표 남자 배우인 '아미르 칸', '샤룩 칸', '살만 칸'의 작품들이 대부분인 중에서 나의 최애 배우는 오히려 '아제이 데븐'이고 그 다음은

'존 아브라함'이다.

살만 칸은 너무 야심적인 인상이고 샤룩 칸은 그 뭉툭한 코로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 궁금할 지경. 코믹하면서도 국민 오빠에서 아저씨로 변한 '악쉐이 쿠마르'를 빼놓으면 섭하지.

여배우로 넘어가면 인구가 많은 중에서 각 지방의 최고 미인들이 등장하여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몇십 년 전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한 5~6년 동안은 1등인 미스 유니버스가 '미스 인디아'인 적이 있어서 인도 여자들이 그렇게 예쁜가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인도 영화를 보니 정말 예쁘고, 특히 춤도 기가 막히게 추는 여배우들이 줄로 섰더라.  


춤이면 춤, 액션이면 액션과 연기를 잘해야 하는 삼중의 매력을 지닌 그들을 보다 보면 반나절이 후딱 가 버린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단축수업을 하고 퇴계로의 '대한극장'이나 광화문의 '국제극장'같은 곳으로 가서  단체 영화 관람을 했었다.

주로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이어서 신났었지.  '대한뉴스'라는 정부 주도의

관제 뉴우~스와 대통령 시찰 장면이 있었고  애국가가 나올 때는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펄벅의 원작인 '대지'같은 영화도 지루하고 길었지만 CG도 없던 그 시절에 메뚜기들이 몰려와 농산물을 훑어가는 장면만 딱 하나 기억에 남아있다.  그 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지루한 면에서는 더 고수이다.

그때는 그 내용이 잘 안 들어와서 요즘에서야 다시 보고 해설을 듣고 알았을 정도이다.

'인터미션'이 있는  3시간짜리의 서양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비해서 인도 영화는 보통이 3시간 짧으면 2시간 45분이니 말해 뭐하랴.

그러나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이 몸을 비비 꼴 일이 없는 것이, 3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들인, 종이처럼 무너지는 건물들(부패로 인한 실공사로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음), 액션 중에 뒤집어지는 차들, 화려한 건물과 무대에서 추는 춤들로 인해 정신없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것이야 말로 시간을 죽이는 진정한 엔터테인먼트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부패한 관료들 척결,  부모와 가정 내의 갈등과 사랑, 교육적인 것, 권선징악, 애국심, 그중에서도 마샬라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국경 분쟁과 스파이, 로맨스들이 버무려져 있다. 재난, 인질극과 쏘고 부수는, 폭력적이기만 하는 액션물과  찝찝한 사이코물,  개그로 오바하는 코미디같은  할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개연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에서 식민지 출신의 인도 불체자들이 겪는 차별의 울분을 폭탄 테러로 표출하는 "Tezz'는

강도 집단의 응징극인 'Italian Job' 보다 훨씬 찐하고도 찡하다. 그런데 최근 영화에도 피 색깔은 여전히  실감이 안 나는 오렌지 색이다.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을까?


한동안 인도가 여행지로 떴을 때 수많은 에세이와 여행기가 서점가를 뒤덮었었다. 지금은 위험한 나라로 인식이 되었지만 혼돈과 무질서, 숱한 종교의 신들로 인해 궤변의 나라, 신비의 나라로 불리고 있긴 하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가 아니라 바닥을 닦으면 청소용 걸레요, 깨끗이 빨아서 테이블을 닦으면 행주라고 강변하는 그 오묘한 개념과 철학을  장착한 사람들.  필리핀에서도 도우미가 주인의 목걸이를 훔쳐가서 추궁을 하면 한 장소에 방치한 채로 오래 놔두면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고 해서 필리핀에 살던 친구가 어이없어 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고로 정치와 종교는 분리가 되면 통치자에게는 마이너스이다. 터키처럼 정교를 분리해서 세속적인 무슬림 사회를 지향한 공화국의 틀을 깨고 지금은 철저하게 이슬람교로 국민들을 결속하고 있다.


수많은 언어와 전통, 지방색으로  형성되어 있는 인도는 한 개의 종교가 아닌 그들 각자의 종교와 신을 섬기는 종교의 자유가 만개한 나라이다. 그래서 발리우드 영화에서 만인의 언어인 춤을 영화 중간중간에 넣어서 그들을 정서를 결집하고 있다.

정치 또한 발리우드가 한몫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정말 약간 촌스럽기도 하지만 화려한 집안과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이 없어서 길가에서 배변을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과거에도 농가에는 소위 '변소'가 집 밖에 있었다. 농사에 필요한 퇴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으나 요즘처럼 집안에서 배변하고 집안에서 밥해 먹는 일은 꿈도 못 꾸었던 시절이 불과 몇십 년 전이다.

그러나 인도는 사람의 변은 부정하고 소에 관한 것은 신성하다고 해서 화장실을 집에 아예 들이지는 않는다나. 그래서 여자들이 등불과  바가지를 들고 새벽에 떼를 지어 숲 속으로 간다고.

화장실을 안 지어 주면 이혼하겠다는 새색시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Toilet'이라는 영화에서 실감 나게 묘사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5성급 호텔의 담 밖에는 배변과 쓰레기가 엉켜  냄새가 나서 과연 같은 인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얼빈의 영하 40도가 넘는 근무지와

영상 40도가 넘는 인도의 지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던 시동생이 폐암에 걸려서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된다. 두 곳 다 공기가 나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역들이라서 그랬나 아니면 지사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그랬나.

인도 지사로 나가는 주재원 엄마들은 아이들은 국제학교. 집에는 가사 도우미와 기사가 있다고 좀 편하겠다고 하다가 들려오는 소식은 너무 덥고 공기가 나빠서 살기 힘들고 집 전체 바닥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서 그나마 시원해서 거기 누워서 지내다가 입이 돌아갈 것 같다고 우스개 소리를 해댔다.


그렇게 걸레와 행주의 구분이 안 되는 청결의 문제와 오물과 쓰레기 범벅인 나라에서 3월의 코로나 상황은 조용해서 커리 때문인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인구 비례로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원로 국민 배우인 '아미타브 밧찬', 그의 아들과 세계 최고의 미녀인 며느리 '아이수와라 라이'까지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해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코로나는 진짜 진짜 눈이 없는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감히 발리우드의 지존들에게 까지 침투하려 하다니.

인도 문양 치마와 '봄베이' 가구점에서 구입한 콘솔과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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