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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Feb 10. 2023

 밴쿠버에 없는 맛집들

엘에이에서 먹은 것들

일 년 내내 사시사철이 바비큐 계절인 캘리포니아, 특히 남부에서

언젠가부터 손님초대에 엘에이 갈비와 오렌지를 내놓는 것은 욕까지는 아니라도 례가 된다는 말이 생겼다. 옛날에는 고깃값이 싸서 흔한 음식으로 생각해서 성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고물가 시대엔 엘에이 갈비를 비싸서 못 먹고 없어서 못 먹는다.  왜냐하면 20여 년 전에는 엘에이 갈비가 파운드당 1.59불이었는데 지금은 딱 열 배로 올라서 15.99불이니까.

이민 와서 공원에서  바비큐 그릴에서 직화로 구운 갈비 한 조각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기름이 방울방울 맺힌 육질 사이에 배어 있던 양념과 어우러져 불향을 머금은 갈비, 갈비.


딘타이펑

부모님이 이북분들이셔서 주먹만 한 이북식 만두가 이 세상 만두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다가 밴쿠버에 살아보니 홍콩식, 중국식 등 다양한 만두가 판을 치고 있더라.

중국인 거리에 가면  대만에서 가 보았던  딤섬집들이 즐비하다.  끌고 다니는 밀차에 잔뜩 쌓인 찜통 속의 앙증맞은 만두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밴쿠버 인구의 1/10 정도가 중국인과 아시아인인데 대만의 딤섬 브랜드인 그 유명한 '딘타이펑'이 밴쿠버에 안 들어왔다는 것이. 주민들이 말하기를 밴쿠버에는 맛있는 딤섬집 및 중국식 레스토랑이 많아서 안 들어온다나?

 시애틀에는 있고 밴쿠버에는 없는 딘타이펑을 이번 엘에이 여행에서 찾아가 보았다. 거의 테이블 앞에서 무릎을 꿇다시피 하고 주문을 받는 서비스,  무한 친절, 무한 웨이팅. 그리고 입장 후에 먹은 대망의 딤섬들 맛은 10점에 7점.

미국사람들을 겨냥한듯한 퓨전 중식과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월드 와이드한 그 특유의 밍밍한 맛들. 눈에 불을 켜고 찾아갔지만 그저 그런  평타 수준이었다.

오히려 밴쿠버의 딤섬이 더 맛있다.

토론토에는 짝퉁 '딩타이펑'이 있던데.

에이 딘타이펑과 밴쿠버 덤플링 하우스


인 앤 아웃 버거

햄버거를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 내가  날씨천국인 엘에이에서 기상이변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일부러 '인 앤 아웃 버거'를 갔다.

이유는 밴쿠버에는 매장이 없고 프렌치 프라이도 냉동트럭에 실려온 얼은 감자가 아닌 생감자를 즉석에서 썰어 튀겨준다고 해서. 그게 좋았다. 고기 패티도 페이퍼를 섞은 건지 종이 같다는 건지 암튼 그런 막가는 고깃점은 아니라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흰 타일과 빨간 타일로 된 실내가 자칫 정육점을 연상시키는 차가운 도 있지만 산뜻한 분위기 쪽으로 점수를 더 주고 싶었다. 양키 모자(?)라고 어릴 때 신문지를 접어서 쓰고 놀던 캡을 쓴 종업원들의 순진미쿡 얼굴들. 패스트푸드점에서 느껴지던 분주함이 잘 안 느껴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먹어보던 햄버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과 고소함, 별다를 것도 없는 그 맛이 정말 최고여서 이제부터 내 인생 햄버거로 낙점했다.

패티도 감튀도 후레쉬


85도 C 베이커리

가다 보니 이 빵집도 대만계 미국인이 세운 브랜드더라.

엄밀히 말하면 베이커리 카페이다.

처음에는 솔트 커피로 유명했는데 미국에서는 주식이 빵이라서 빵들이 더 잘 팔리는 모양이다.  미국에 커피숍이야 워낙 많으니까. 딱 중국 마켓에서 파는 것과 한국 빵집 맛의 딱 중간이지만  무지막지하게 비싼 한국 빵에 비해서는 훨씬 가성비도 고 내용물도 푸짐하다. 암튼 싸다.

먹다 남은 빵을 이른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해서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은 브리오슈  한 조각과 타로 빵 반쪽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면 약간 뻥이지만 그건 완전히 밀가루의 마법이었다. 몸에서도 마술처럼 배 뚱뚱이가 되게 할 것이 확실했지만.

참, 창업자에 의하면 제일 맛있는 커피의 온도가 85도 C 라나.

요즘은 스토리가 없으면 사업도 못할 판이네

평범하지만 묵직하고 가성비 좋은 빵들


블루보틀 커피

커피에 답은 없다. 다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이 정답이다. 여러 형태의 브루잉이 있지만 한잔 한잔 정성스레 슬로우 브루잉으로 내려주는 커피가 그리웠다.

브랜드조차도 캘리포니아에서 시애틀로도 못 올라온 것이 실화이다. 거대한 스타벅스 때문에 시애틀 문턱에서 멈추고 만 것이 아닌지. 사실 남부의 뜨거운 사막 기후에서는 커피보다는 탄산음료가 더 먹히고 서북미인 시애틀 같이 가을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축축한 날이 많은 지역에선 향긋한 커피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다. 오죽하면 시애틀 앞 태평양 연안의 물고기들이 블랙커피만 말고 크림과 설탕도 흘려달라고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를 술이 아닌 커피를 부어라 마셔라 소비하는 커피 매니악된 도시이다. 물론 딴 커피 브랜드들조차도  발을 못 붙이는 것은 시애틀이 스타벅스의 본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난 스타벅스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다크 로스팅된 맛보다는 약간 신맛의 커피를 즐겨 마신다. 밴쿠버에도 자금자금한 개인 카페도 많고 프랜차이즈도 많은데 블루보틀 커피가 안 들어온 것에 대해서 시애틀 때문이 아닌가 애꿎은 원망을 해본다.

어쨌든  엘에이에 도착하자마자 엘에이 다운타운에 있는 블루보틀 커피숍으로 직행했다. 가는 길에 노숙자 텐트촌과  노숙인들의 퀭한 눈빛과 그들의 어슬렁거리는 움직임이 왠지 다운타운의 빌딩 숲 사이에서 더 외로운 섬처럼 보였다. 그 뒷골목에 창고형으로 요즘의 힙한 건물에 자리 잡은 블루보틀 커피집을 찾아서 그 커피를 마셔보았다.

급하게 마셨던 라떼의 맛은 처음엔 훌륭한지 몰랐지만 아껴먹고 싶을 정도로 어찌나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일드한 지 처음 경험하는 맛이었다. 케냐산 커피는 마시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각성이 되는 것도 있지만

왜 블루보틀,  블루보틀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그날부터 블루보틀 마니아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밴쿠버에는 없다.

그것이 문제로다. 원두를 사 오기는 했다만.

엘에이 다운타운의 힙한 블루보틀 커피숍


전후에는 다들 가난했지만 그당시

지인 중에  한창 왕성하게 먹어야 될 시기인 까까중 머리 고등학생 때 도시락을 못 싸갈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수돗가에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한참 받아먹으면서 배를 채웠다고 한다. 걸으면 뱃속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슨  뜻인지 잘 모를 것이다. 당연히.

하루에 물 1.5L를 먹으라는 건강 상식을 이미 체험하는 중이었다면 이해가 되려나?

가난했지만 꿈이 었던 푸릇한 소년들


 산해진미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맛있고 특이한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이야기인 줄 알지만 세월이 흘러 변해도 너무 빨리 변했다고 느낀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먹거리가 이렇게 풍성해지고 다양해질 줄이야. 1,20년전만해도 반찬투정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냥 주는대로 감읍하며 먹어야했었으니.


광활한 미국은 물량 공세로 우월하고  속도로 치면 한국을  따라가기엔  느려빠진 캐나다에 사는 나는 숨이 차다. 할 수 없이 앞으로 유익하지만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Chat GPT에게 맛집을 물어보면서 대리 만족을 할 수밖에.

혹시 브런치에 쓸 글도 아름답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거기서 뽑아 달라고 한다면 카피라이트에 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이 브런치 앱도 순수한 창작인들의 안전지대가 아닌, 혼합과 혼돈의 도가니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슬금슬금 머리를 든다. 이 앱의 담당자는 매의 눈으로 모든 글을 검열하는 감시자가 되어 버린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점점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결이 노골화되면 생기는 반작용들을 생각하면. 그러다가 모든 인간이 창의력이나 개성 없이 단세포로 변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열일하는 블루보틀과 인 앤 아웃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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