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떤 그리움으로 사는가 싶다.(30/30)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며 같이 걸었던 날.

by Shysbook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름의 포곤한 바람결이 가고 서늘한 공기를 머금은 바람이 파도처럼 넘실거려 창문을 두들긴다.

가을 인사가 제법 격해질 즈음 나는 창문을 열었다.

방안 가득 묵혀둔 탁한 공기가 사라지고 맑은 공기가 온 몸을 파고들자 밤새 고민으로 어른거렸던 머리가 맑아졌다.


마른 빨래를 걷었다. 밤새 촉촉했던 옷감 품에서 잠든 물방울들이 바람을 만나 자리를 떠났다. 떠난 자리에는 까끌한 감촉만이 남았다. 아늑함이 지나간 이후 쓸쓸함이 밀려왔다. 잘 지내다 간다는 안부 인사도 없이 사라진, 엊그제 도란하게 모여있던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호스텔을 지키는 주인처럼 나는 그저 손님이 머물다 간 자리를 정리하며 어디든 유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바랐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밖을 나섰다.광안리로 가는 길목.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정리하는 인부들이 보였다.문득 날씨가 좋았던 어느 오후, 홀로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은행나무를 정리하던 인부들의 분주함. 혹시라도 아이들이 근처를 지나다 쓰러진 나무에 다칠까봐 길을 터주던 인부의 손길과 목소리가 잠든 기억을 깨웠다.


사람은 어떤 그리움으로 사는가 싶다.

떠오르는 기억을 그리면서 동시에 지금을 걸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나란히 순간이 아름답다고 건넨다.

백사장 위를 걷다 발을 떼어본다. 발과 밑창 사이로 스며드는 모래가 피부로 느껴졌고 그리움을 밟았다.


문득 한정원 작가의 책 <시와 산책> 속에 나오는 까뮈의 시구가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은 지나가지만 바다는 지나가고도 머문다. 바로 이렇게 변함없으면서도 덧없이 사랑해야 한다.’ -까뮈, <결혼, 여름> 중-


백사장을 지나 바다 가까이 다가서자 밀물이 들어온다.

울적했던 마음이 포말처럼 부숴진다.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바다는 언제나 네 곁에 이렇게 있겠노라는 약속이리라.


그리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오늘도 그리움을 쌓고 또 살아가기로 한다.


-fin


30일 도전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쓰면 쓸수록 고비라고 했던가. 왜 이 도전을 하고있을까 스스로에게도 납득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도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게으르고 싶었다. 그 정도로 글 생각이 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글의 소재가 갈수록 고갈되고, 나 홀로 도전은 계속하고 있고, 아주 극 소수의 누군가만이 수고롭게 브런치에 들어가 글을 읽는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도전이 끝나면서 글을 모으는 법을 뒤늦게 찾았다. 지금을 더 누리고 살아야했다. 차갑게 부는 바람에도, 바람의 흔들거리는 소리에도, 늘 지나다니는 길거리에도,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글로 담아 사람들에게 너른 여유와 쉼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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