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한 조각(1/30)
새벽공기
외로운 감정이 밀려왔다. 마음 위로 서서히 차올랐다. 잠겨서 허우적 대는 나를 놓아버리다간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 외로움이 차오르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나는 어느 새 가라앉아 버렸다.
‘제발 살아있어!’ 크게 외쳐보지만 진폭이 좁아 들리지 않았다. 소리를 들을 수도 입으로 외칠 수도 없이 그저 발버둥 치면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제발 살아있어야 해. 살아야 해. 버텨 줘 제발..’ 증폭되는 외로움에 갇힌 나는 최대한 희미해진 정신을 붙잡는다. 눌려오는 압박. 이 순간만 견디자고 한다. 조여오는 숨과 밀려오는 외로움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해.
순간 힘을 뺀다.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른다. 마지막 아니 최후의 선택을 한다.
‘후웁… 후웁…’ 가쁜 숨을 침착하게 진정시키고 나서 두 발을 쭉 빼고 후 양 팔을 쭉 뻗는 평형 자세를 유지한다.
어서 벗어나자며 기포를 내뿜는다.
죽었다 살아난 듯 간신히 숨을 부여잡는다. 외로움이 나를 질식 시킬 수는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7분.
내 방 창문을 열었다. 방충망 틈을 타고 불어오는 서늘하고도 달큰한 공기와 내음이 온 몸을 파고들었다. 코로 숨을 마신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늘해지는 공기가 시리면서 부르르르 떨리는 몸에 ‘아, 나는 살아 움직이고 있구나.’ 를 자각한다. 후에 향수처럼 맑고 달큰한 공기 냄새가 코를 타고 흐른다. 움츠러든 몸이 곧게 펴지고 기분이 순간 좋아졌다. 졸음은 고사하고 피로는 사라진 지 오래다.
바깥에는 적막함이 감쌌다. 모두가 잠든 시간 대화를 직접 나눌 상대는 없었다. 외로움이 잠시 잊혀졌다.문득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를 지나치게 검열하지 말라던 글 모임장님.
글 한 줄 못쓰던 나에게 ‘드디어!’ 라고 외치던 편집자.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괜찮다고 다독이던 글모임 사람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찬 바람처럼 ‘쌀쌀함에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지만, 차가운 바람결을 맞이했을 때, 안에는 상쾌하고도 달콤한 마음이 그득 담겨 있었다.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떠올린 채 포옥 바람을 안았다. 피부에 파고드는 바람과 달콤한 공기가 나를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 숨 쉬고 있어.’
‘너는 살아 있어.’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
이들이 했던 말은 빈말이 아닌 전심이었음을 떠올린다. 나는 그들의 바람대로 외로움에 파묻혀 괴로움에 신음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 모습 이대로일지라도 그들의 감사와 사랑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남긴 말에 두둥실 떠 있는 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잠을 못자 또 들썩거릴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괜찮아’ 라는 위로와 ‘보고 싶어요!’ 라는 말을 떠올린 채 코로 새벽공기를 또 한 모금 들이마신다.
외로움에 젖었던 나는 어느 순간 또 꿈결에 젖었다.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싶어졌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들을 떠올린다. 더는 외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