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집에 두고 왔습니다.-1-

순간 한 조각(2/30)

by Shysbook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겉돌았다. 6명이 앉는 식탁에서도 그저 한 가운데에 앉아 이야기를 꺼내지도 제대로 호응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듣다가 돌아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누군가 묻지 않으면 대화를 먼저 꺼내지도 않기에 딱히 주목을 끌 만한 매력은 없어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모임 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툭 하면 빵빵 터지는 리액션, 별 것 아닌 소소한 것에도 웃으면서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그들처럼 닮고 싶다는 욕구와 용기를 아주 소량이라도 얻곤 했으니까.


그저 잘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끄덕 거리는 것이 내가 공감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할 말도 주제에 관한 공통 분모가 없었기에 그저 듣고만 있었다.입보다 귀를 기울인 채 어쩌다 질문을 하긴 하더라도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눈치 보고 이런 타이밍에 대화를 해야겠다고만 판단하고 대화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 갔어도 나의 행동과 말을 자연스레 검열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이 듣기에 선을 넘은 건 아닐까.'
'괜시리 던진 질문과 행동에 모임 시간을 질질 끈 것은 아닐까.'

모임 중간중간에 생각이 들다가도 상대의 말에 깊이 몰입해서 들었을 때, 적절히 공감하고 반응했어야 했지만 마음이 앞선 탓일까, 눈치 없이 질문을 하고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린것이 마음에 걸렸다. 상대방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길을 걷는 내내 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내 자신의 서툶을 안은 채 하염없이 길을 걸었다. 싸늘한 가을밤이었다. 코트로 옷깃을 여밀었으나 나에겐 실수에 대해 부끄러움에 대해 미안함에 대해.. 살얼음이 이는 듯 차가운 생각이 칼바람처럼 파고 들었다.


길가에는 곁에서 대화를 나누는 벗들이 보였고, 길목 구석에서 맞담배를 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화로 가득찬 밤공기의 흐름은 소란했고 북적거렸지만 내 휴대폰 액정 불빛은 어두운 밤처럼 고요하고 깜깜했다. 누군가의 안부 전화라도 오길 바랐다. 내 곁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건가. 사람을 대하는 일도, 모임에서 눈치 없이 서툰 사람에겐 그런 일은 바람이겠지.


집으로 들어오자 내 안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감쌌다. 침대 하나, 책, 책상만이 나를 반길 뿐. 그 때 휴대폰 액정에 불빛이 밝아졌다.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되었습니다."


바람빠진 풍선마냥 나의 몸은 추욱 쳐진 채, 말을 걸어주는 대상은 0과1로 둘러싸인 디지털 기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쇳덩이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SNS속에는 남녀노소가 술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연인들이나 가족 친구들끼리 모여서 소탈한 저녁을 먹거나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을 공유하곤 했다.

액자처럼 담긴 누군가의 추억이 될 피드를 뒤적여보니

나에겐 그런 친구들과의 기억이 근래 들어서 잘 없었던 것 같다. 지속적으로 편안하게 만나는 사람들이 이제는 없다.

각자의 길을 가고 나 홀로 이 곳에 남아있다.

친구처럼 대화를 편안하게 주고받으며 언제라도 만나서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라도 좋으니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으면.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말을 건네주었으면.


길을 걷다가 '여!' 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으면.

누군가 나에게 어떤 말이라도 들어주었으면.


여전히 말로 가득한 공기의 흐름이 끊어진 내 방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말을 주고받는 이는 나 홀로다.

이제 나를 가득 안아야할 때가 온 걸까..


나를 안기엔 너무 비대해져버린 혼탁한 자아가 적막을 타고 밀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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