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순간 한 조각(8/30)

by Shysbook


잔물결이 잔잔히 일고 새가 바다 위에 앉아 쉬다가는 오후.
내 마음이 잔잔해져 누군가 쉬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다 어느 덧 밤을 맞이한다.

늦은 밤. 골목을 걸어가면서 아침은 또 다시 찾아올거란 기대를 품어본다. 내일은 오늘처럼 좋아질지 아니면 좋지 않을 지 알 수 없고 자신할 수 없다. 옷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매어도 급작스레 차가워진 공기가 나를 축축하게 감싸 얼어붙게 한다. 어두운 골목에 무엇이 튀어나올 지 몰라 불안에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맨 살을 뜯어버릴 듯한 기세의 강바람이라도 불 때,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분명한 건 내일은 찾아올 것이니.
잘 견뎌내길 바라본다.

차가운 감각은 나를 무디게 하기보다 살아있게 하니까.


도심지 밤 하늘에 미약하게나마 떠 있던 별을 바라보다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인공조명으로 가려진 맑은 하늘에도 분명 작은 희망은 있었다.
학창시절 괴롭힘과 외로움에 시달린 기억에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서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전전긍긍한 아이는 마음이 좁았다. 하지만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마음을 여는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마음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별 보잘 것 없던 나의 노력 그 자체를 봐 준 선생님.

대학교 시절 방황했던 나를 기다려준 형.

구미에 오면 늘 환대해주던 서점 사장님과 카페 사장님.

교회 다닐 적 나를 위해 기도해주던 동역자들.

글쓰기 모임 사람들. 그들이란 크고 작은 별들이 하늘 위로 수놓으니 마음에 커다란 은하가 되었다. 더는 외롭지 않아.


슬슬 가을의 막바지. 잎이 하나 둘 질 무렵,

새벽 이슬을 머금고 땅에 떨어진 잎사귀가 질척거릴 지라도 부석거리는 감촉을 잊지 말아야지. 가을 아침 찬 공기를 머금은 땅과 잎의 소리에 얼어붙었던 감각을 깬 채, 한 해의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야겠지.


숨을 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
살아 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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