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한 조각(7/30)
아침 6시에 눈을 뜬다. 아니 눈이 떠진다.
평소 새벽 1시~2시에 자서 8시 30분에 일어나는 삶이었는데, 지금은 6시만 되면 일어나서 서둘러 스마트폰을 켜고 마보(마음보기)앱을 켠다. 밤새 퀴퀴한 냄새를 빼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뒤 초심자를 위한 1주일 명상 코스를 선택한다. 하루에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정도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대다.
침대에 몸을 일으키고 허리를 곧게 편다. 가슴을 열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안내자의 음성에 따라 눈을 감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스으으읍...' 코에는 목캔디처럼 차갑고 짜릿한 아침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온다.
공기는 코와 목구멍 그리고 폐를 타고 전해지더니 몸에 묵혀있던 이산화탄소를 입으로 '후우우우...'배출한다.
하나의 순환 고리가 머릿 속으로 그려진다.
'스으으읍', '후우우우' 너무 급박할 필요도, 숨을 오랫동안 참을 이유도 없이 평소대로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한다.
머릿 속으로 잡념이 생길 때가 있다. 마치 동산 위에 폭풍우가 금새 몰려와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로 다가와 마음을 잠시 어지럽히는 것만 같다.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잡념이 생겨도 안내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흘러가는 생각에 따라가지 마시고, 알아차리세요.'
알아차리는 것은 마치 길게 늘어지는 문장도 온점을 찍으면서 가독성을 주듯이 생각에 온점을 찍어 머릿 속에 내 생각의 크기를 야금야금 소화시키기 쉽도록 만들어준다. 생각에 끌려다녀 이랬다 저랬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게 주어진 일을 오롯이 완수하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 알아차리려는 의식 하나가 원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호흡을 하면서 피로함도 몰려오지만 이마저도 알아차린다. 몸의 감각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에. 그저 집중해야할 일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
호흡으로 나의 생각이 억지로 틀어 막는 것도 아닌 그저 흐르면서 아무렇지 않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결국 생각은 흘러가기 마련이야.' 라고.
흘러가는 생각에 나를 너무 붙잡아 두지도 말고
왜 그런걸까 끝장을 보려다 내가 되려 지쳐 나가떨어지지도 말아야지.
서툰 것들로부터 부정적인 자아가 형성된 내게 왜 그런지 이론으로 생각으로 분석하고 깨는 것도 차근차근히 할 일이니까. 나랑 친해지는 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울러 풀리지 않을 일에 너무 전전긍긍 하기보다 자연스레 좋아하는 일을 잠시 멀찍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취미를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것도 명상 중에 떠올랐으니 알아차려야지.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하게 수련을 마저 한다.
어느 덧 피아노 연주 소리가 나오더니 눈을 떠보라는 안내자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어둠이 가시고 동이 튼 주변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방 안에 적막함을 새소리로 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