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여려지는 날.

순간 한 조각 (14/30)

by Shysbook



어딜 가도 마음 편히 앉을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도로를 무작정 배회해도 나를 반기는 이 없는 쓸쓸한 거리를 걸으며 차가운 공기를 마시다 현관문을 들어가 불을 켜고해가 진 싸늘한 적막만이 나를 와락 안길 때.

이내 식는 마음을 달랠 수가 없는 날이 있지.


온수로 목욕을 하고 방을 덮여 보아도 여전히 오돌오돌 떨고 있는 날. 가끔 나의 푸념 섞인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듯 한데그런 사람이 없는 듯한 외로움 때문에 괴로웠던 나를 더 아프게 하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쳐버린 채 일으켜 세울 수 없을 만큼 연약해져 생겨버린 미안한 마음이 미움을 만들어버리는 거 같아서.


미움은 비울 수 없는 것이겠지.

신발에 철썩 달라붙은 껌처럼.


욕조에 물을 한 가득 받아서

심호흡을 하고, 차가운 물 속으로 깊숙이 몸을 담가 잠수를 해버리면 바깥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속에서 움파움파 하면서 쌓여있던 속내를 보글보글한 말풍선처럼 둥둥 떠다닌 채 사라지다 참았던 숨을 뱉어 내고선 다시 올라와 공기를 마시면 조금은 상쾌할까.


내가 네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날.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고 답답한 마음에 울대부터 속까지 막혀올 때 힘겹게 괜찮냐는 말을 건네본다.

너가 괜찮지 않음을 알면서도 괜시리 던진 괜찮냐는 말에

너의 숨구멍이 조금은 열리길 바랄 뿐이다.


열리지 않더라도

조급하지는 않길.

너의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음에

나는 내가 가진 것만큼이라도 돕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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