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한 조각(13/30)
193p.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려 애쓰거나, 그러지 않거나 두 가지 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능한 한 나는, 언제나 사랑의 편에 서고 싶다.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문장을 고이고이 곱씹어본다. 입 안 가득 고소한 빵조각처럼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퍼진다. 머리로는 알 수 없는 독특한 감촉.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겉은 촉촉하고 속은 뜨뜻한 앙금처럼 달콤한 호빵처럼 너무 뜨거워 입천장이 데이고
멀어질수록 그 감촉을 느낄 수 없듯, 사랑이란 감정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다.
하지만 혀끝에 닿는 순간 퍼지는 달콤함에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은 어떤 측정도 수치도 계산마저도 뛰어넘는 서로의 막연함을 만나는 것. 확신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허물과 오해의 허들마저 뛰어넘어 당신을 향하는 여정.
거리를 두다, 가까워지다, 데이기를 반복.
입천장이 아물기도 전, 반복되는 역사 앞에서 속수무책 당하는 미련한 사람은
서로의 거리를 알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서로에게 부담을 주지도 그렇다고 급하게 나아가지 않을 적정한 거리를 맞춰나가는 일은 아파야 알 수 있었다.
아플수록 나를 알게 되기보다 되려 숨기고 싶을 때가 있다.
치부가 드러날까, 또 다시 같은 실수로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까.
그내가 가진 잣대로 세상의 기준을 끼워 맞추기보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감각들을 깨워 나갈 수 있다면.
기쁨과 슬픔과 아픔과 분노로 하루종일 상심에 빠진 사람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
그대 안의 먹구름을 걷어낸 뒤
사랑하는 자의 편에서 사람의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다면.
불확실하고 부정확하고
막연하고 막막하고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기에
불확실함마저도 사랑으로 덮어낼 수 있다면
자신의 허물을 몰아세우기보다
그저 어떤 이유에서건 서로서로 편이 되어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