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기를 꺼내며

순간 한 조각(17/30)

by Shysbook

한파가 몰아치는 날.

모든 것이 식어져만 간다.

열정도, 꿈도, 그저 모든 것이 허망해져만 간다.


나는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지내야할까보다

하루를 그저 겨우 견디며 사는건 아닐까.


어머니에게 자꾸만 미안함이 느껴진다.

밥값 하나 제대로 해보리라는 결심을 고등학교 때부터 결심했더라면

조금이라도 어머니한테 짐을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큰 보답을 하지 못한 게

너무나 부끄럽다.


이럴 줄 알았다면

대학보다 일찍 사회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청춘 시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데

그 시기에 조금이라도 사회의 쓴맛을 안다면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대학으로 가거나

아니면 오기를 부려서라도 직장을 전전하며 세상살이 버티지 않았을까.

2018.12.07 어느 추운 겨울 날


2년 후, 지금 나는 이 일기를 다시 읽는다. 그 날도 혹독한 추위에 온 몸이 오돌오돌 떨리던 시기였지.

그저 하루를 견뎠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조차 얼어붙은 채 나아갈 힘도 없었던 때였어,

청춘의 시기엔 뭐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사치로 들리고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맛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기에 마음은 외롭고 싸늘해질 수 밖에 없었지.


너무 너를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애써왔고 누구보다 인정받으려 스스로를 갉아먹으려고 했는데

그것이 탈이 날 줄도 모를 만큼 너를 너무 밀어붙인 거 같다.


철없이 보낸 지난 세월에 험난한 삶을 받쳐줄 코어가 물러질 수 밖에 없었던 건

네 앞에 놓인 일이 너무 과하고 부담스러워 회피 때문은 아니었을까.


빨리 졸업은 하고 싶고, 돈은 벌고 싶은데 내가 하는 건 시궁창이고 자신감은 없고, 갈수록 위축되어버리는 너의 마음을 조금은 달랠 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고, 당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벌적으로 움직였다면

2년이 지난 지금 고민의 무게가 가벼워졌을까. 헤매고 헤매다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허둥대는 삶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론데. 더 나에게 솔직했어야하고 모든 이들로부터 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믿었어야 했나보다.


한 때 착하다고 모든 것이 능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착할 수록 책잡히고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지.

내가 그랬으니까. 오히려 유능해져야하고 현명해져야하는데, 착함은 유능에서 나오는 것이더라.

너무 착하다는 말은 이젠 욕으로 들리는 시대인가, 나는 그 말을 너무 싫어했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착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세상은 너무 잔인하다는 걸 느꼈어.

자신이 자책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나의 잘못을 먼저 인정할 줄 안다는 걸

스스로 자각한다는 것이지. 내가 아픔을 감수할 책임을 갖고 있다는 의미겠다 싶어.


적절히 털어내려 운동을 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고, 글을 썼으니

너는 충분히 자책으로 생긴 흉진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거 같아.

하지만 흉진 마음을 방치해둘수록 상대에 대한 미움과 의심이 퍼져버리지.

어떤 일로 괴로워 한다면 충분히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다독일 줄 알아야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를 막을 수 있는 것이더라.


착하지 않아서 생기는 서로를 향한 원망과 폭압은 결국 모든 것을 부숴뜨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씻을 수 없는 고통만 안겨줄 뿐이지.


착한 외모를 갖고 있어도 속이 그렇지 않다면 티가 나는 법이지. 행동으로나 언행으로나 글로나 모든 것에서.

하지만 착하게 사는 마음이 되려 세상에서 제일 마음먹기 어려운 일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착한 마음이 너를 향할 때, 상대를 바라보는 것 또한 착한 마음으로 비춰볼 수 있게 된단다.

좋은 모습으로 너를 와락 안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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