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한 조각(19/30)
생각이 알게도 모르게 많이 쌓여버렸다.
책도 숙제처럼 읽게 되고 쉬어도 조급함이 올라온다.
방향을 잃은 배처럼 항해할 목적도 이유도 사라져버린 듯하다.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켜고서 습관적으로 구직 사이트를 찾고 습관적으로 포토샵을 눌러 뭐라도 끼적끼적 거리며 누끼를 따거나 포스터 비스무리한 걸 만들고 있다.
아무런 걱정도 없었으면 하는데 걱정이 먹구름처럼 자꾸만 따라다닌다. 걱정이 생기는 이유는 내 안의 불안, 조바심 때문이다. 조바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착하지 못한 채 돈을 벌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즉, 불안.
불안한 이유는 삶을 살아갈 기초조차 쌓지 못한 사상누각의 상태였다. 삶이란 땅에 뿌리내렸어도 제대로 내려앉지 못해 사람을 대하는 일도 심하게 서툴고 나를 안아주는 방법도 서툴어 애써 안아보지만 무척 어렵다.
현실 감각이 무디다. 쉽게 무너지는 것에 익숙해졌다. 고집만 세졌지 지혜롭지는 않았다.
나의 욕망과 주변의 가치 사이에 나는 늘 어긋났고 눈치만 보다 흔들리기를 반복.
움츠리다 펴지다를 반복하다 회복 탄력성은 끊어지기 일보직전의 고무줄처럼 너덜거렸다.
이러다 나를 놓아버릴 것 같은데, 아예 완전히 놓아버리고 싶어도 놓을 수 없는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자꾸 생겨난다는 건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겠다.
내가 회복해서 충분히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