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처럼 구르는 날

맞물려도 떨어져도 그 찰나의 안위로 살아왔나봐

by Shysbook


돈에 얽힌 일은 왜이리 어렵기만한건지. 정산업무를 하는내내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엑셀 시트에 빼곡하게 적힌 숫자와 합계가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은 테트리스속 쌓이고 쌓이는 블록 아래로 줄기차게 흘러가는 한 줄기의 긴 막대처럼 시원하게 느껴진다.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근심도 켜켜이 묵혀두고 사는 것 같다. 매사가 무미건조하거나 단조로워진 삶에 남은 것은 그저 무(無) 그 자체였다. 자기개발보다 취침시간을 제때 사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늦은 밤까지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며 깔깔대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러고보니 쉬는 날이 고작 하루 뿐이었다. 열흘 동안 출근을 감행했고 어떻게 견뎠을 지 모를 시간이 흘렀다.
통근 시간 동안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퇴근 후에 운동하고 씻고 대충 청소하다보면 자정을 훌쩍 넘긴다. 7시간 후. 나는 또 다시 통근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렇다. 단조로운 톱니바퀴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버려 또 사회의 부속이 되어버렸다. 이번엔 얼마만큼의 회전으로부터 견뎌낼까.


24p. 톱니바퀴엔 보다 큰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고 그 톱니바퀴엔 또다른 톱니바퀴들이, 더 크거나 덜 큰 톱니바퀴가 맞물려서 위위위위위, 하고 돌아갔겠지? 한번의 회전은 다섯번의 회전으로 연결되고 다섯번의 회전은 스물다섯번의 회전과 육백이십오번의 회전으로..... 스물다섯번의 회전과 육백이십오번의 회전은 삼십만 구천육백이십오번의 회전으로...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나는 부속품에 지나지 않기에 그 안에서 돌고 또 돌 것이다. 무수히 많은 세월 속에서 돌다가 마모가 되어 닳고 낡고 그러다 깨어지는 날도 자연스레 찾아올 거고.그렇다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피하려고 튕겨 나가버린다면 길거리 어딘가에 습기로 누군가의 발길질로 긁히거나 패여 부식되겠지.. 아, 고통이다. 떨어져도 고통이고 있어도 고통이다. 빌어먹을 아픔은 놓아주지 않는다. 애써 아파도 견뎌내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자들만이 남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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