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8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만 치환할 때 진상이 탄생하는가보다.

by Shysbook


어딜가나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있다.그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야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게 마음이 씁쓸하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마감 40분 전, 책에 낙서가 조금 되어있는데, 상시 할인된 책에 할인을 더 해달라는 진상이 있었다. (사실상 공짜로 책을 가져가려는 심산이가보다.)그 과정에서 한 직원과 트러블이 생겼고, 오랜 시간 동안 중재가 되지 않아 갈등은 더더욱 커져만갔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매니저님께서는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주고 너무 심하다 싶으면 매니저를 호출해라. 무엇보다 내 감정을 처음부터 안좋게 받아들이지말고 지적에 대해서 감사하다하고 상대가 원하는게 뭔지 듣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즉, 진상은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고맙다고, 당신의 말을 이해한다며 억지로 마음을 꾹 눌러가며 존심을 죽여야한다는 게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오랜 숙명인건가 생각할수록 마음 어딘가 답답하면서도 걱정이 들었다.

짧게나마 일을 하다보니 이젠 진상의 유형을 어느정도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진상의 유형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1. 모르고 어수룩하기에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과
2.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

둘 다 민폐끼치는 건 공통점이지만 강도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전자는 그나마 참을 만하다. 문제에 대해 알려주면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는 답이 없다. 속된 말로 돌아이이기 때문이다. 우린 더 이상 과잉친절하면서까지 잘해드릴 이유도 그렇다고 무조건 굽신 거릴 이유도, 고개를 뻣뻣이 치켜세운 채 갑질할 이유도 없기에 그저 그 사람 들어주는 것만 해드리고 보내는 것이 후자에게 할 수 있는 현명한 처사다.

진상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소위 ‘거지근성’ 으로 가득하다. 근본적인 원인이 낮은 자존감이 원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내 생각엔 부족한 경제적인 여유 부족이 진상을 만들어낸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여진다.

한 때 먹고 살기위해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 따지고 전환해왔던 시기가 있었다. 내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오로지 잘 먹고 잘 살아야하고 잘 아끼며 살아야만 했다.


그 결과 경제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먹을 것과 누릴 것들이 많아져 지금에서야 다들 잘 먹고 잘 살게되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부작용이 오늘날의 진상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싶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진상의 모습을 가졌다고 절대로 단정지어선 안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미래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누리도록 노력한 인생 선배들 중에 우리가 본받을 만큼 살아온 자들이 세상에 훨씬 더 많으니까.그들의 삶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일부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삶을 보상의 차원에서 어떻게든 돈 아끼려고 혜택을 악용하고 어떻게든 남의 돈을 떼어 먹는 경우를 보곤 한다.(코스트코 양파 거지, 이케아 연필 가져가는 거 스타벅스 머그잔 가져가는것...)


그들은 자신이 했던 행동, 생각 모든 것들이 정당하고 합리적이라 가장한 이기심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내가 산 책에 아주 희미하게나마 밑줄이 약간 그어졌고, 상태를 보니 할인에 할인을 더 받아야 응당한 댓가를 받는다는 그 진상은 자신 나름의 합리성을 주장한다. 허나 직원들은 그럼에도 상태를 감안하여 책의 상태를 낮은 등급에서 받았고 판매를 해왔다. 물론, 그 작자가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달라고 제안을 할 때 정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실랑이가 지금처럼 길게 이어졌을까?


허나 그는 자기 말이 합리적이란답씨고 말을 줄줄 늘어놓기에 바빴고 그 결과, 기본적인 사람과 사람으로써 서로 지켜야할 윤리의식 따윈 무시되어버렸다. 상대의 시간을 뺏고,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았다. 나의 가치 만이 우선시할 따름이었다. 나의 것은 아끼거나 지키고 상대의 시간(시간도 돈으로 여겨지는 사회이기에)과 돈은 무조건 뺏어야하는 심보인 셈이다.

진상은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 치환해버릴 따름이다. 모든 것을 재고,따지는 것이 스스로가 합리적이라 착각한다. 합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답시고 본인의 품격만 깎아내릴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향한 시선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도배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아무리 못 벌고 못 먹고 살았어도 이 땅에 나고 자랐다면, 최소한의 인간성은 갖춰야 한다고본다.

교육의 부재에 기대어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정당화하지 말자. 모르면 묻고 정중하게 요청하면 어느 누가 반감을 가지지도 않는다.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보다 부족한 게 벼슬인마냥 떵떵거리고 기대면서 사는 것을 경계하게 된 하루였다.
그들을 보며 절대로 그렇게 살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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