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얼마나 상대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해하고 있느냐가 관건.
8월. 한참 행사가 많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올 때에 입사했기에 본격적인 파트 담당을 하기 전까지 8월 한 달 내내 카운터 업무만 보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출근하는 길. 평소대로 스케쥴표를 확인하는데 메인카운터에 항상 고정이었던 내가 보조 카운터(편의상 2카운터로 칭함)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메인카운터에서는 주로 중고책 매입과 상품 결제와 택배 배송 책 포장 등의 일을 한다. 반면 2카운터에서는 중고책 매입과 택배 배송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진행하고 혼자서 근무를 선다는 것이 메인 카운터와 차이가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없이 유배지로 보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어딘가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2카운터로 근무하기 전날, 중고책 매입하는 과정에서 손님에게 잘못된 응대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서 매니저들이 스케쥴을 참고할 때, 내가 한 번 더 실수할까봐 메인카운터로 보내지 않으려고 일부로 그렇게 계획한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찝찝한 감정으로 카운터 업무를 보는데, 이 곳의 위치가 메인 카운터와 다르게 여러 상품들이 곳곳에 진열되어있는 위치하며 유아, 청소년, 건강.취미,가정살림 그리고 계단 서가까지 모든 걸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매장의 동선을 파악하기 딱 좋은 위치였다.
사실 메인 카운터에만 있으면 손님들이 어느 매대에 자주 머무르는지, 어떻게 구매를 하게되는지 관찰할 수가 없다. 오로지 입구에서 오가는 손님들, 계산하러 오시거나 책 매입하러 오시는 손님들의 모습만 볼 수 있기에
손님들을 제대로 관찰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2카운터에서 계산하러 오시는 손님들이 몰려왔을 때, 혼자서 응대해야하는 부분이 내겐 좀 벅차게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이 곳이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울 수 있는 공간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가끔 여유가 생기면 손님들의 반응을 체크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이 근무하면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마찰이라든지 혹여나 실수로 인해 여러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일이 적어 나에게 있어 오히려 근무하는데 수월하게 느껴졌다.
2카운터에 서서 부모와 아이가 계단서가에 오붓하게 앉아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모처럼 맞이한 주말 커플들이 손 잡고 나란히 책장과 굿즈가 전시된 매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내가 서점에서 일을 해야할 진짜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계산, 계산, 업무에 적응하는데만 온통 신경을 쓴 탓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아왔다.
결국 '배려' 의 문제였다.
2카운터에서 하루종일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들을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그저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었다.
주말에 가족이나 커플들 중에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고속도로를 타고 3~4시간을 달려 온 커플이나 부부도 있을 것이다.
일이나 육아로 눈코뜰새 없이 바삐 지내온 터라 모처럼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일부로 이 곳을 찾아온 부모도 있을 것이다.
특이한 장소라서 꼭 한 번 들르면 방문하고 싶어서 시간을 내어 찾아 온 여행객들도 있을 것이다.
반드시 사야할 책이나 물건이 있어서 들렀던 손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순간만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온 것이기에 나는 이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했다.
그러기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응대를 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보다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고, 표현에도 신중해야했다.
(단, 일부 진상들로 인해 이런 배려의 가치가 퇴색되어버리거나 왜곡된 시선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중이다.)
나의 주특기가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업무가 많을 때 처리하는 속도를 줄이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신속하게만 응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나의 이런 응대로 인해 손님의 마음이 조급해져온다면 상대가 보기에 내가 쌀쌀맞아보이고 어딘가 조급해보인다는 인식이 박혀 매장 내 이미지가 별로라고 느껴져선 안되겠다 싶었다.
손님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초짜인 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매니저나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를 배워서 손님들에게 올바른 응대를 해야했다. (앞서 중고책 매입 실수도 업무 숙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잘못된 응대에서 발생된 참사였다. 오히려 손님을 진정시키기보다는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유가 되면 손님들과 스몰 토크를 통해 마음을 조금씩 열어 경직된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는 것도 센스이기도 하다.(잘 안되는 부분이라 부끄럽기만 하지만..)
손님과 직원 간의 관계가 이렇다면 동료 간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배려하는 자세는 중요했다.
아무래도 서비스직 종사자들 특성상 감정 소비가 심한지라 서로 간에 날 선 표현을 자제해야했고, 업무를 하다가 불편함이 있으면 스스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도 필요했다. (이를테면 무거운 짐을 실어나른다거나, 책 포장을 하는데 테이핑을 돕는다거나, 쓰레기가 가득차면 알아서 비워준다거나 급한 용무로 카운터를 비울 때, 잠시 업무를 도와준다거나 등등) 아울러 업무 내용에 있어서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차근차근히 알려주거나 혹여나 부족한 업무가 무엇이 있는지 체크해주는 것도 배려의 일종이었다.
2카운터에 있다가 저녁 무렵, 한 매니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다음 달에 문학 파트 담당하시는데, 한 달 내내 메인 카운터에만 있어서 주변을 다 둘러보지 못한 거 같아서요.
그래서 오늘은 2카운터에 배정을 해뒀어요. 가끔 업무를 보다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고 오셔도 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남아있던 찝찝한 감정은 매니저님의 말씀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
결국,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바라보는 가가 배려의 척도임을 잊어선 안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