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품. 흩어진 흔적들. 그때와 지금 온전하지 않은 감정들.
2020년 1월 20일.
책 속에 꽂혀있는 영수증은 이미 빛이 바랠 때로 바란 채 남아있었다.
희미하게 적힌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2010.9.10. 일 스타벅스 몬테소리점‘이라고 적혀있었다.
10년 전 나는 철없고 아무런 미래도 준비하지 못했던,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같은 해에 누군가는 서울 강남에서 이 책을 읽고 커피 한 잔을 마시던 누군가의 시절을 살아왔다.
10년 후, 지금 이 자리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만났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물성으로.
흔적을 남긴 지금의 누군가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확인할 수 없지만
책에는 희미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고, 특정 단어에 동그라미를 친 흔적이 보였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이야기에 몰입했을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마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서울특별시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손에 더는 들려있지 않았다.
강남을 거쳐 파주로 또 어디론가 전전하다가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부산광역시 수영구에 위치한 중고 서점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분명 흔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사람의 손에서 영영 떠나버린 걸까.
더 이상의 가치가 없어져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추억을 느끼게끔 하고자 이 책을 보낸 것일까.
전자라면 추억이 희미해진 채로 만났기에 참으로 슬플 것만 같다.
후자라면 애틋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한 사람의 추억을 멀리멀리 떠나보내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제 아무리 많은 흔적들을 남겼어도 영수증의 글씨처럼 빛이 바래는 시절이 있을 것이다.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기억의 편린을 모아서 지금이 돼서야 하나의 완성된 과거를 떠올려본다.
과거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그때와 달리 온전하지 않은 채,
애틋함과 슬픔과 더불어 묘한 감정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흔적들은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가도 왜 모든 것들이 들어맞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