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11

권태에 빠져 사람을 빠트리지 맙시다.

by Shysbook

평소와 같이 책을 진열하고, 물류 트럭에서 가지고 온 책들을 입고할 무렵, 한 동료가 이런 말을 한다.

‘“일 하기 싫은 날에는 뭘 하죠?”
일에 권태감을 느끼던 동료의 말에 나는,
“그럴 때는 일을 평소보다 적게 합시다. 할 수 있을 만큼만요.” 라고 답했다.

말은 곧장 잘 하는데, 동료의 질문을 듣고 튀어나온 대답에 한참을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하고 살고 있나???’


서점에 근무한 지 5개월에 접어들 무렵, 한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입사할 때의 초심은 온데간데 없었고, 의욕과 영혼마저 사라져버린 채로 일에 매몰되어 있었다. 이러다 일하는 기계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책을 진열하는 일을 하지만, 일을 하는 이유도 전부 다 손님을 위해서라고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일에 집착한 나머지 손님을 외면하는 내 모습이 보이자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거지?’
그렇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었을까.

처음부터 의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내 손으로 책을 직접 진열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재밌었다. 이 책이 사람들 손에 들려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겪곤 했다. 여러 일을 겪기 전까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난 후, 상상은 현실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수많은 손님들이 책을 읽고 원래 매대가 아닌 엉뚱한 곳에 꽂아두니 책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힘든 적이 있었다.


어쩌다 찾아오는 진상 손님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져 도저히 일을 집중하기 힘들 때가 찾아올 때가 있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아이들이 넘어지면 아주 위험한 콘크리트 바닥을 함부로 뛰어다니거나 소란 피우는 아이들을 보며 다치면 어쩌나라는 걱정과 더불어 지속적인 소음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었다.


상상은 그저 모래 위에 쌓아올린 집처럼, 현실이란 파도 앞에 와르르 무너져내려 아니 씻겨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런 나날들이 자꾸만 반복이 되는데,

그럼 왜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 답도, 의미도 찾기 힘들었고 설령 찾았어도 현실 앞에서 의미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일에 집착한 나머지 사람들을 품을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나 싶기도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어떻게 하면 책이 잘 팔릴까?’

두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일을 하면서 찾아가는 것이 서점원의 숙명은 아닐까. 5개월가량 일을 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생각해보니 정답은 결국 ‘사람’이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세계로 인도하려고.


‘어떻게 하면 책이 잘 팔릴까?’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현장에서 관찰하기.

유사한 서적을 서가에 구비하는 것.

일만 너무 열심히 하면 권태가 심해진다. 다시 말해, 내가 일에 매몰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을 하고 수익을 내는 일에는 결국 ‘ 사람’ 이 필요했다.

질문과 질문의 연결고리랄까.


나처럼 사람을 보지 못할 정도로 일에만 몰두하기보다,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하면 쉽게 권태에 빠져버린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권태에 빠진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놓쳐버리게 된다.


결국, 본질은 사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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