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13

내적 동기를 발견해나간다는 것, 내 일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과정.

by Shysbook

p.165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 안에 교복 입은 학생이 있어서 '이 일은 몇 점짜리일까', '칭찬받을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를 붙잡고 있다고 느꼈다. 내 안의 교복 학생을 떠나보내고 마음껏 백지에 쏟아낼 때, 그때가 창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걸고 사회를 바꿔가는 이들이 주변에 분명히 있다. 그들로부터 변화는 시작한다.


-제현주, <일하는 마음> 중


나에겐 재입대만큼 다시 꾸고 싶지 않은 꿈이 하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꿈'이다.

좁다란 교실에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친한 것 같다가도 친하지 않은 친구들 수십 명이 나란히 앉아있다.

수업마다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업을 하고 있고, 나는 어딘가 잔뜩 긴장한 채로 앉아있다.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하늘마저 매캐한 담배연기만큼이나 희뿌옇기만 하다. 나는 금세 우울해진다.


교실에 으레 있는 친구들, 선생님, 수업 그리고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갑갑함이 한꺼번에 나를 옥죄어온다는

느낌을 고등학교 때 특히 많이 받았다. 누군가 내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대답했다. 학창 시절 부정적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뜻한 대로 나오지 않아 주변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했고, 조롱 섞인 말을 내내 들었다.

힘이 약해 괴롭힘 당했고, 물건을 빼앗기고, 선생들한테조차 성적을 가지고 차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무언가를 해도 타인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빠 주도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내비치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움츠러들어있는 상태로 3년이라 시간을 보냈고,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격려받지 못한 삶을 살았다.

설령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 자신에게 격려할 법도 한데 그때의 나는 너무 연약하기 짝이 없어

화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나를 가혹하게 굴었다. 결국 과거의 나와 화해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나는 서서히 성적, 타인의 시선에 대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부했는데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어쩌지?'

'이렇게 했는데 남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어쩌지?'

'노력하는데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게 아닐까?'


이런 마음들 누가 나를 평가하고 지레짐작하는 생각이 서서히 내 생각과 마음에 잠식하더니 자신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내기보다 소극적인 자세로 방어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역설적으로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졌음에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샘솟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외부의 인정을 바라니 타인의 시선에 민감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으로 애를 쓰지만 결국 그것이 전부인 삶을 살아왔다.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면 그간 쌓아온 공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추구하다 보니 내가 텅 비어있었다. 삶이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문보영 작가님의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에서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타존감'이라는 말을 떠올렸나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서 자존감을 충족하려는 나같은 도둑(!)에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건, 과거의 상처와 치료받지 못한 채 덧나도록 내버려 둔 나는 혹독한(!)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만을 바라는 삶의 종착점은 결국 공허함 뿐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을까? 나 스스로가 삶에 충만해야지 어떤 상황에도 휩쓸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을 하는 내게 있어선 일의 동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남들의 시선에 의식한 채 만들어낸 동기 말고, 정말 솔직한 것으로다가 말이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시행착오를 겪어서 찾거나 아니면 생각을 오랫동안 한 다음에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다를 뿐이다. 나는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무얼 하기에 앞서 관심도, 동기도 없고, 잘할 자신도 어떠한 의욕도 없다면 나는 그 일을 하기 망설인다. 일에 끌려다니며 하루하루를 괴로워하며 보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동기를 찾건 혹은 하기 전에 동기 찾건 간에) 동기를 찾다 보면 어느샌가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렇게 내면의 인정 욕구는 그렇게 채워지기 마련.


동기를 찾고 인정 욕구가 채워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진전이 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오면 우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거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시행착오 단계에서 타인으로부터 여러 반응을 듣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낡은 방식만을 고집하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려는 것에서 기인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하길, 그건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나에게 맞고, 효과가 좋은 것다면 그것을 시도해보고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도 시도해보며 일에도 삶에도 현타의 시기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차근차근 과정을 거치다 보면 타인으로부터 성과에 대한 두려움, 의식하는 것을 넘어서 나만의 영역에서 탁월함을 갖춰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일의 반복에도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업무 일지를 작성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간구해보고 생각하는 중이다. 어떤 책을 진열해야 손님들한테 잘 팔릴지, 랙에 가득 쌓인 재고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정리하거나 관리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며 일에 흥미를 높여보려고 한다. 새내기 서점원. 날마다 충만한 삶을 지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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