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이 일상이 되기까지
퇴근 후, 카페에서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커피 잔을 들고 음료를 마시려는 순간, 블루투스 키보드 자판 아래 커피가 쏟아졌다.
이윽고 자판 사이로 커피가 스며들었다.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 휴지로 커피를 닦아내고, 키보드를 우산털듯 탈탈 털어낸다. 물티슈로 한번 더 자판 주변을 닦아낸다. 설탕으로 진득거리는 키보드의 이물감을 지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는 진득거림에 신경이 이내 쓰인다. 부드럽게 타이핑되는 자판이 뻑뻑해졌고
커피가 자판 밑에 스며들어 고장이라도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느라 무언가 집중하기가 쉽지가 않다.
낯설고도 어색한 감정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매입하다보면,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도 존재의 여부를 알지 못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접한다. 대부분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매입이 되지 않아 손님들에게 돌려드리거나 아니면 폐기해버리곤한다.
서점에서는 책이 좋아 책에 관한 일들만 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여기도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할 때가 있다.
서가 주변이 어두우면 고층 사다리를 타고 천장에 조명을 달아야했다. 무거운 테이블을 옮겨다 기획 서가를 꾸릴 때가 있다. 전시회 준비를 위해 밤 늦도록 일을 할 때도 있다. 서점 안에는 책 이외에 장난감도 취급하는지라 이상이 생겨 찾아온 손님들에게 교환을 요청받기도한다.
손님 응대는 또 어떠한지. 세상 살면서 별의 별 성격을 지닌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낯섦 그 자체였다. 상상 속 동물처럼 여기던 '진상' 의 존재를 처음 이 곳에서 경험하자마자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다짜고짜 반말로 불쾌함을 전하는 사람, 책 가져오라 명령하는 어르신, 매입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까지.
사람을 응대하는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간혹 무례함으로 일관하는 손님들 앞에서 애를 먹었으나, 사람들을 응대하는 방법을 하나 둘 스스로 구축해나가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안내할 수 있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기까지 그것이 일상의 일부처럼 느끼려면 아무래도 시간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득 세상사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낯선 일들을 처음 겪다보면 아무래도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잘 극복하다보면 어느순간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든다.
진득거리는 키보드로 글을 쓰다보니 느껴지는 이물감도 시간이 지나고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익숙하게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다. 익숙의 영역으로 가기엔 그런 과정도 필연적인가보다.
시간과 인고로 내 감정이 갈리고 닦인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져 익숙으로, 나아가 성숙한 마음으로 갈 수 있다면 나의 큰 욕심일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