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책임을 곱씹다.

by Shysbook



작년 이맘때 즈음, 경기도 xx시에서 첫 직장을 구했을 때다. 퇴근 후 기숙사로 가는 길에 트럭에서 야채 곱창 볶음을 팔고 있었다. 주린 배를 채울 겸, 매운맛으로다 만원 어치 정도를 샀다. 당면 사리도 추가해서.

사장님은 주문과 함께 철판에 야채와 함께 곱창을 볶기 시작했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이윽고 매콤 달짝지근한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사장님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야 한다.” 는 말을 하며 나보다 앞서 주문했던 사람들에게 정성스레 알루미늄 포일에 음식을 싸서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대화하시던 사장님의 얼굴을 그제야 자세히 바라본다. 화상으로 한쪽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복잡한 마음을 애써 견디셨으리라 짐작이 갔다. 트럭 한 켠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가장의 책임은 누구보다 무겁게만 보였다.

불확실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2평 남짓한 온기 하나 없는 방에서 일어났을 때, 출근을 하는 길에, 주민등록증과 출입증을 입구에서 교환할 때, 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갔을 때, 게이트를 통과할 때, 안전모와 방진복을 입을 때, 안전구호를 외칠 때, 장비를 수리할 때 모든 순간이 불확실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기력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고작 이 일을 하려고 4년간 대학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았나라는 존심이 꿈틀거리자 내 마음에 자괴감이 생겼다.

타지에서 홀몸으로 온 탓인지 주변에 말을 토로할 동료조차 없었다. 기숙사에 들어서 나를 반기는 건, 담배연기 냄새, 청소하지 않아 이리저리 쓰레기들이 놔뒹구는 방. 게이밍 키보드 소리와 요란한 사람들의 소리뿐이었다. 인간적 유대라곤 찾기란 힘들어 보였다. 서서히 외로워져만 갔다. 사무친 그리움을 잊어보려 시내를 나가려 해도 교통이 불편하기만 했다.

결국, 모든 걸 불확신했다. 동료도, 상사도, 미래도, 일도.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해봤자 남는 것이 없으니까.

이윽고 사장님은 곱창이 담긴 알루미늄 포일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는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내 미래의 무게와 먹고사는 문제의 무게 중 어떤 것이 무겁나 저울질해봤다. 전자는 가장의 책무에서 자유롭지 않은 채 그 무게를 묵묵히 견딘 것이었고, 후자는 경력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견뎌봤자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상반된 두 가치의 무게는 저마다 동일하게 느껴져 보였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알루미늄 포일에 담긴 책임의 무게를 곱씹었다.
양 측 어떤 선택이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사실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곱창은 맛있게 익어 입안 가득 매콤함으로 가득하다.

책임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낸 자의 결실을 몸으로 체화한다. 이제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는 나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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