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20

참을 수 없는 미안함의 가벼움

by Shysbook


오랜만에 진상 손님 스토리.

코로나 여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 사람들이 북적였다. 모처럼 활력이 생기니 일 또한 바빠졌다.

계산하러 오시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집에 한 가득 묵혀둔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 어느 덧 한산한 오후를 맞이했을 때다.


손님:“책 한 권을 모르고 두 권이나 계산했는데, 결제 취소 되나요?”
나: “혹시 결제하셨을 때 수단(카드, 상품권 혹은 현금 등등)이랑 영수증 가지고 오셨나요?”
손님: “아, 그거 없는데?”
나: “없으면 원칙상 저희가 교환/ 환불이 어렵습니다, 손님.”
(순간 손님의 표정 일그러진다.)

옆 동료가 와서,

동료: “손님, 언제 구매하셨는지 확인 해 드릴까요?” 라고 다시 응대해드렸고 몇 분 뒤 다행히 저번 주에 구매한 이력이 조회가 되어 영수증을 재발급해드렸다.

하지만 교환을 위해 결제수단이 있는지 손님께 말씀을 드렸고, 손님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교환/환불이 어렵다고 하자 제대로 다소 불쾌한 표정과 짜증섞인 말투로

“아, 억수로 많이 샀는데, 4천원 짜리 그거 하나 때문에 저 멀리 다시 갔다 와야되나?결제 우리 집사람이 했는데 카드가 없는데, 무슨 환불이 이마이(이렇게) 까다로운교? 책 한 권 따로 취소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안된다고?”


손님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어이가 없었고 불쾌한 감정이 일어났다. 서점 뿐만 아니라 옷가게, 브랜드샵 모두 환불을 원하실 경우 1주일 이내 카드와 영수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약속이자 의무다. 세상 어느 매장에서 계산을 하더라도 결제가 끝난 이후에 “교환/ 환불은 1주일 이내 영수증이랑 상품 지참해주세요.” 라는 말을 반드시 덧붙인다.그럼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손님과 직원 간 기본적인 에티켓을 어긴 것과 다름 없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매니저님을 불러 앞선 상황을 다시 말씀드렸다.

매니저님께서도 손님께 원칙상 안되는 일임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손님의 짜증은 사그라들지 않고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터질 기세였다.

손님: “아니, 무슨 취소가 이렇게 복잡해요? 책 한 권 취소해서 교환하고 다른 책 결제하는거 못하나요?”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강경하게 자기 말이 옳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내놓는 이 남자. 당해낼 제간이 정녕 없는건가.


그럼에도 취소할 방법을 찾아낸 매니저님. 손님께 카드사까지 연락해서 취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노라 말씀을 드렸다.


손님께 한번 더 이런 사항에 대해선 결제 취소를 하실 때 카드와 영수증 지참해 주셔야한다고 말씀하자 손님은 점입가경으로 “아니, 나도 장사하는 사람이라 잘 아는데!” 라며 에둘러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했다.


나도 그거에 대해 잘 안다는 사람이 한 사람 마음을 이토록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일단 저 손님이 잘못한 사항을 정리하면,


첫 번째, 서비스 정신이 생명인 장사꾼들에게 이런 태도는 엄연히 갑질이다.


자신이 카드와 영수증을 챙겨와서 이런 사단을 만들지 않으면 될 터인데, 그저 자신이 귀찮다는 이유로 고집을 내세우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하지 않겠나?아울러 취소 절차가 그렇게 된 건 본사 측에서 정한 일이지 우리의 영역은 아니지 않는가.


두 번째 손님이 우리에게 잘못한 점은 -그가 무슨 장사를 하는 지 잘 모르겠으나- 또 다른 잠재고객을 놓친 실수를 범한 것과 다름없다.


세 번째. "나도 그거 아는데!" 이 한 마디 자체가 무례 그 자체였다. 이 말에 담긴 의도는 "내가 너희들보다 장사도 오래했고 인생도 오래 살았는데 너네들이 뭘 안다고?" 라는 식으로 가르치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맨스플레인이 아닐까싶다. 자신의 권위와 지위를 갖고 여성에게 함부로 대하는 못난 남자의 전형. 비록 직접 그 상황을 겪은 당사자가 아니었으나 옆에서 들으니 짜증이 일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이 끝나자마자 그 손님은 매니저에게

“아, 미안해요!” 이 한 마디를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나는 그의 미안하다는 이 한 마디를 듣자마자 자신의 무지와 억지스러움은 숨긴 채 서둘러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한 말로 들렸다. 미안하면 달까? 사람 스크레치나고 자신의 무지함으로 여럿이 피해를 입혔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이토록 가볍게 쓸 수 있는 말임을 이날 처음 알았다.


손님. 제발, 기본 소양좀 지키고 사시길 바랄게요.

출처: ebs 자이언트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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