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에 미친 사람이 가져다주는 영향.
이틀 간 휴일이 주어졌습니다. 이 날만 기다렸다는듯, 25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기차를 타고 영등포 롯데백화점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무튼, 문구>의 저자 김규림 작가님의 전시회를 보러가기 위해서였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에 위치한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작고 아담한(!) 문구 전시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더군요.초등학생 시절, 정문 맞은 편 길가 문방구를 찾아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시회 벽면에는 작가님이 애정하던 문구가 붙어있고, 전시를 기획하기까지 아이디어 스캐치 흔적과, 손편지등등
문구에 얽힌 추억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문구 하나하나에 오롯이 문구를 아끼는 전심이 드러나서 그런가 모든 것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전시회를 짧게 둘러보니 3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짧게 둘러보고 길을 나서면서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가지에 미친 사람은 누군가에게 깊은 영감과 울림을 준다는 것’ 을요. (단, 건전한 취미나 활동 하에서 말이죠.)
남들이 보기엔 작가님의 문구 수집을 보면서 세상에 쓸모없고, 굳이 그걸 해야하는 이유를 모른다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님에게는 문구란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문구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삶의 자세를 글로써 표현했고, 이것이 ‘문구인’ 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니까요.
문구인. 이 단어에서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어릴 적부터 문구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문구류를 수집했고, 사용해왔으며, 시간이 지나 문구 관련 일을 시작하더니 관심사를 모아 책을 냈고,마침내 그토록 꿈에도 그리는 전시회를 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문구에서 비롯된 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문구 하나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 수 있다니.아울러 이런 사소한 취미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전시회에 전시된 일기와, 메모, 스캐치등을 보니 보다 문구를 대하는 마음을 깊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문구를 통해 지나간 기억들을 잡아다 추억으로 바꾸는 타임 캡슐이자 미래를 위해 청사진을 그리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지탱하는데 위로와 용기가 되고있음을 말이죠.
전시회를 다녀온 뒤 집안 구석에 박혀있는 오래 전 노트에다 손글씨로 썼던 5년 전 일기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컴퓨터 키보드로 썼을 때와 달리 손으로 쓰면서 대충 휘갈겨 쓴 글씨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때 제가 했던 일과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 속에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문구가 교감하면서 모든 신경을 거기에다 쏟아부어서 그런가 오랫동안 기억에 더 남는가 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저는 책이 좋아 서점일을 시작했지만, 진짜 저 정도의 열정과 애정을 가지면서 일을 하거나 대상을 대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보다 애정할 수 있도록 섭섭하지 않도록 교감점을 찾아가야겠지요.
문구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읽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낌없이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