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날.
전신주를 애써 지탱하는 철사가 눈에 들어온다.
나사는 풀리고 전신주 주위를 감싼 고무패드가 삐져나와 애써 형태만 유지하는 철사.
너덜너덜해진 육신은 훗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
기껏해야 한 달? 일 년, 이 년 갈거라는 기대는
무참히 짓밟힌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왜이렇게 괴로운가.
일 자체에 맞닥뜨리기보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말들에 내 마음이 비틀거렸다.
사람을 사람으로 더 이상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런저런 노이즈에 가까운 소리에 나의 귀는
아파오고, 머리는 혼탁해져버렸다.
무얼 받아들이고 행동할만큼의 의욕도 생각도 나오지 않는다. 쉽게 짜증이나고 토라지고 자신이 없다
괴로움을 마신 채 속을 토해내기엔
너무 여린 범생이라 그러지도 못하는 내가 한스럽다.
애써 강하게 나가야지하며 마음을 애써 잡아도
하루를 겨우 토해내고 형태를 간신히 붙잡기를 반복.
위장은 상해 아무 것도 넘어가질 않는다.
여러 소음에 정신이 피곤해지다 이내 피폐한다.
궤도를 이탈해 땅에 고꾸라진 돌멩이.
떨어지고, 굴러다니고, 치이다
이내 아무렇지 않게 살겠구나 싶다.
사는대로 생각하며 살다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닐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애써 괜찮은 척.
속은 또 타들어간다.
마음을 놓아버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마음을 붙잡기엔 너무 벅차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외딴 섬. 허공에다 대고 소리를 외쳐본다.
징징거리고 싶다.
하릴없이,
마음에 울림이 그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