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와 증. 따로 볼 수 없는걸까.
퇴사 이후, 내게 남은 건 애증일 것이다. 하지만 애와 증은 따로 볼 수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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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다가도 때론 증오하고 싶었지만, 같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양면의 동전처럼 땔 수 없기에 애증을 한 단어로 불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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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기억들만 남기고 싶어 애만 쏙 빼먹고 싶은 건 어릴 적 편식을 일삼던 아이처럼 유치하고도 몹시 이기적인 태도는 아닐까.하지만 마음이란 게 결코 좋았던 것만 떠오를 순 없는 게 세상 순리임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나에겐 어떤 ‘의미’ 로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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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날이 있을 때, 표현을 애써 감출 필요가 없다는 걸.
기분이 좋을 때는 사람들이 같이 웃을 때 같이 맞장구를 치면 된다는 걸.
우울할 때는 하염없이 흐르는 빗소리에 모든 걸 맡기면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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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속이 좁은 사람인지라 서로 사랑하자는 성경 속 말씀을 실천하기란 몹시 버겁기만 했다.
한 때 긍휼이라는 마음으로 애써 내 감정을 꾹꾹 눌러담은 적이 있었다. 사랑보단 주체할 수 없는 혐오의 감정이 싹터 부정적인 에너지에 내 마음이 쉽게 소진되곤했다.
그럴 바엔 물 흐르듯 흘려보내면 될텐데. 그건 미성숙한 태도라고 여기며 스스로 마음을 감추곤했다. 감출수록 느는 것은 포장술이고 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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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도, 증오도 잘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성숙한 사람이었다. 퇴사 이후 나에게 남은 ‘애증’ 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기억하고 싶다.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퇴사 후엔 이렇게 짧막한 글을 종종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