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끊임없이 변하는 물같이

by Shysbook

작업실이라 부르고 내 방이라 읽는다.
회사를 다닐 때, 늦게 마치면 운동하고 일기 쓰고 잠만 자는 곳이었다. 휴일엔 책을 읽고,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나름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다.

정착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진 지금, 나는 이 곳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못다한 공부를 하면서 나를 발견할 기회를 얻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이 생각난다.


p.225
전 지난달에 호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전 그냥 여행자였죠.
자, 그렇다면 나는 이제 교수일까요? 여행자일까요?
(.....)
한 사람을 정의하는 건 상대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죠 마케팅을 할 때,
여러분의 타깃이 어떤 사람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학교에선 학생. 서점에선 스텝으로 불렸다. 일기를 쓰는 지금. 나는 더 이상 학생도, 스텝도 아니다. 조직에서 벗어난 채 마주한 세상에선 나라는 존재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겉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를 함부로 정의내린다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창가를 내다본다.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가문 땅에 닿으면 곡식이 자란다 물탱크에 닿으면 식수가 된다. 강과 만나면 힘차게 흐른다. 비처럼 자유로운 존재로 불려야하지 않을까. 매일 꾸준히 글을 쓰면 작가로 불리고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면 서평가가 된다. 사진을 찍고 공유하면 사진작가가 되는 시대다. 다양한 경험을 만난 이후 나라는 존재는 변함 없지만 또 다른 자아가 형성된다. <놀면 뭐하니>에서 MC유재석이 트로트 가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었다 요즘엔 아이돌 데뷔하는 모습도 봐왔다. 예능이 시시하는 바가 컸다. 요즘 세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를 끊임없이 변화시켜나가야한다는 것을. 이 한 켠의 방 안에서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키보드를 잡자 작가가 된다. html 프로그램을 키자 프로그래머가 되고 인디자인과 포토샵을 키자마자 출판 디자이너가 된다. 다양한 자아가 한 공간에서 세 가지나 생겨난다. 이 자아들을 잘 아끼고 다독일 줄 알아야겠지. 한 달 동안 수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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