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에(2/30)

20170725

by Shysbook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좋은 인생이다.' 라는 명제에 빗금이 가기 시작한 건

'돈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자꾸 언저리에 머무르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현실을 한없이 짓누르는 '돈' 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돈이 주는 따가운 눈총과 부담이 따끔하다. 돈이 되지 않으면 그 일은 헛된 일이 아닐까. 지난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불안에 시달렸던 적이 있다. 불안하면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야하는데 쉬지 않고 뭐라도 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닦달했던 3년 전 어느 무더운 여름이 생각난다.


편입 후 낯선 환경에서 홀로 떨어져 지냈다. 타지생활을 적응하는 것도 버거운데 4년만에 학업을 따라잡기란 너무 버겁기만 했다. 조별수업만 3개, 전공수업이랑 교양 포함 23학점의 살인적인 스케쥴을 꾸역꾸역 소화했던 나는 한 학기 만에 온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고, 한 낮에 35도씨를 육박하는 날씨 속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몸과 마음이 흘러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지쳐있었다.

그나마 잠깐의 휴식으로 마음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형태라도 애써 유지하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지만 허나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앞에 완전히 녹아내렸다.

너는 여기서 뭐하냐고 학업을 듣건 뭐라도 더 해야할 때가 아니냐고 놀면 안된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무능함을 탓했다.


첫 학기 학업도 멘탈도 무너질대로 무너지고

금전을 구할 곳도 없고 배울 수 있는 방법도 수단도 몰랐다.

기력 하나도 회복하지 못할만큼 여유가 없었다.

답답했다. 그저 답답했다.


그럼에도 그칠 줄 모르는 나의 머리엔 ‘뭐라도 해야한다. 뭐라도 해야한다.’ 라는 강박에 시달렸다.

열사병에 걸려 헛것이 보이는 사람처럼 나는 더 이상 온전한 사람이 아니였다.


쉬어도 쉴 수 없었고, 생각을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 없었다.

해야하는데 계산기를 두들기는 내가 미웠다.

탁탁거리며 계산했을 때 수지가 나오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수지가 나오더라도 돈이 문제였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약한 사람임이 드러나버렸다.


3년 전 여름철에 봤던 그 부담을 오늘 다시 만났다.

돈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또 무너지려 아니 무너뜨리려는 그 부담감.

나는 그 부담을 극복할만한 자신이 아직도 없다.


자신이 없는 걸 내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나? 그렇게하긴 아직 힘들다.

그냥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거 하나를 애써 믿으며 아직도 약한 마음을 쓰담쓰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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