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34(마지막 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갔고, 마음을 추스르느라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활동도 휴지기를 가졌습니다.허나 이대로 쉰다고 통보(?)를 해버린다면, 매듭을 끝내 맺지 못한 것만 같다는 생각에 늦은 밤,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서점 에피소드 연재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서점원입니다. 가 아닌, 서점원 '이었던' 사람으로 남게 되었으니까요.
한 때 서점원 '이었던' 사람.
뒤돌아보니,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9년 8월 1일. 첫 출근을 앞두고 저는 스스로 이렇게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소 2년동안 근무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자. 만일, 출근하는 기간 내내 ‘버틴다.’ 라는 생각이 들때, 미련없이 이 일을 그만두자.' 라고 결심했습니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지고, 하고 싶었던 일을 상상만하다가 실제로 겪었을 때 괴리감이 크면 다른 일을 해봐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첫 출근 날 부터 무척 정신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난생 처음 포스기를 만지고, 고객을 응대하고, 계산을 하는 제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얼떨떨했습니다.
사람 얼굴을 일대일로 대면하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붙이던 낯가림 심한 아이가 훗날 서비스직에 종사를 할 거라곤 전혀 예상도 못했으니까요.
낯선 감정과 막연한 일들을 하나 둘 헤쳐나가다보니 나중엔 일이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약간 붙고, 표정도 조금은 밝아지고 있었습니다.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보람이었지요.
하지만, ‘일’ 만 즐거웠던게 큰 문제였습니다.책을 진열하고, 정리하고, 입고를 잡는 것은 즐거웠지만, 사람은 저에겐 큰 벽과도 같았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게 본연의 일이라는 생각은 머리로는 알았지 속으로 품기엔 미숙했습니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도 불쑥 튀어나오는 진상들의 태도에 욕도 먹고, 때론 크고 작은 실수로 매니저와 손님으로부터 혼이 쏙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훗날 컴플레인이 켜켜이 쌓이고, 그것을 나름 수습해보려 안걸복걸 노력했지만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주변 동료들의 타고난(?) 사람 응대와 화법, 컴플레인을 무덤덤하게 넘기는 태도는 아무리 노력만으로 고칠 수가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퇴근 후에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채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것만 같다는 허탈함이 쌓였습니다. 서점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마음은 예민해져만갔습니다.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견뎌봤지만,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달력을 넘겨보니 근무일수가 1년을 향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입사하면서 다짐했던 그 결심을 이룰 때가 왔다는 걸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책이라는 것' 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서점에 방문해 책을 고르고 읽으며 이 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순수한 열망은 현실 앞에서 무참히 무너져내렸고, 마음만으로 현실이란 벽을 뚫기엔 한 없이 약했습니다.
열망은 쉽게 으스러지고 무너져 더 이상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이 일을 그만두지만, 책과 사람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 다른 고민을 해 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채용시장이 그렇게 활발하지 않아 암울하고, 막막함이 앞길을 가리어 한 숨 쉬는 날이 늘었습니다. '퇴사 이후 앞으로 나는 뭘 하면서 살아야하나.'하며 고민으로 잠을 설치는 날도 허다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어느 가을 날, 한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을 문득 떠올려봅니다.
"바다를 탓할 일은 없어요. 파도가 일면 서핑을 시도하고, 태양아래 잔잔한 은빛의 바다라면 선탠을 즐기고, 고래를 만나면 공존하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잠시 넋을 잃는 겁니다. 바다는 세상입니다. 세상을 언턱거리 삼는 대신 나의 태도를 돌아볼 일입니다."
세상이란 파도를 굳이 탓할 필요는 없는가봅니다. 잔잔하다가도 갑자기 요동치는 것이 파도라 연약한 인간이 함부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 밖에요. 그저 제 몸을 물살에 맡겨보렵니다.
지금은 거친 파도가 몰아쳐도, 어느 날은 거짓말처럼 해가 쨍쨍하게 비출 때가 올테니까요.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해봅니다.
이 글을 끝으로 서점원 에피소드는 막을 내립니다.
언제 또 새로운 글감으로 여러분을 만나게될 지, 잘 모르지만 이따금씩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에도 꾸준히 읽어주신 여러분.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