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
애청했던 라디오 마지막 방송일. DJ는 평소처럼 라디오를 진행했다.
누군가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들려준다.
방송종료까지 10분. 애써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덤덤히 안녕을 고한다.
마지막 선곡이 흘러나온다. 정각까지 3분이 남았을 무렵,
소리로 가득 메웠던 시간과 소리는 함께 흐르다 서서히 사라진다.
처음 라디오를 들었을 때의 기억과, 사연 속의 이야기와, 그 때 들었던 음악들과 DJ의 멘트들이 그려지다가 음악이 서서히 희미해진다. 그 날의 웃고 울고 편안했던 기억들은 페이드 아웃되며 현재 시간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녹음 멘트 앞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재생이 멈춘 테이프처럼 나의 기억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제까지는 그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가득 채웠던 소리는
내일이면 사라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다. 후회를 해보아도 그리워해봐도 그리움보다 먹먹함이 더해진다.
그 자리에 있으면 희미해진 소리가 페이드인 될까봐.다시 생생해질까봐.
귀를 다시금 기울여보지만 적막만이 감싸고 있다.
소리가 희미해진만큼 지나간 시간들마저도 더 이상 흐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그 자리에 추억은 고스란히 있지만 기억 속으로만 재생해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마지막을 맞이한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이토록 아련하게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헤어지는 시간에 다다른다.
희미한 형태의 기억 상자를 열어다 시간을 고스란히 애써 담는다.
다시 열었을 때, 다시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