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을 꺼내어보다.(6/30)

2013년 10월 11(금) 오후 11시 54분 56초 집에서

by Shysbook

아주 옛날옛적 철없이 속좁은 대학생 시절에 쓴 일기를 다시 꺼내 읽었다.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자아도취에 빠지기보단 부끄러움이 엄습해왔다.과거엔 매끄럽게 잘 썼다고 생각했던 글도 지금 보면 온통 아무말 대잔치같은 고상함이 묻어있다.

어설프고 남들을 따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와 이상하게 보여도 나다운 글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서야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존재하고, 철없는 생각에서 벗어나 앎이 삶으로 이어져 글이 여물어지는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2013년 10월, 나의 과거로 들어가보자!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끝까지 고민 하는 것이 인간인가보다’ 라는 얼버무리기 식으로 생각을 맺었다.

헤르만 헤세가 지은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읽는 내내 몸과 마음이 지친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데미안 속에 나오는 싱클레어는 마치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고 그 소설 속에 담긴 의미를 알기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그 내용을 읽어나가는 내내 나는 인간도 이런 면모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슷한 소설로는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 본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그러면 나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되 던져볼 수 있었다.


10월 1일 화요일 오후 학교 도서관에서 김영하 시인의 강연회에서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다. 소설 속에는 주제를 잡기 모호하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나 자신을 위안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여태까지 나라는 존재를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가.이런 질문은 내가 죽을 때까지 현재 진행형이어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면서 무엇을 깨달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완전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웬 고독한 노인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앉아있었다.사람이 별로 없는 밤이어서 그런지 듣는 내내 짜증이 났다. 혼잣말로 알아들을 수 없이중얼중얼…몇 분 후에 이번에 내 옆자리에 술자리를 막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인지 여자랑 남자 4명 정도가 앉아서 소란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진 몰랐지만,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까 전 그 노인을 다시 돌아본다. 그 노인의 모습은 고독에 가득 차 보였고 몹시 슬퍼 보였다. 동정을 호소하는 듯한 눈빛이 일렁이다 아까 전 중얼거리다 지쳤는지 이내 잠이 들어버린다. 그런 다음 다시 내 옆 자리에 앉은 남녀를 돌아본다. 여전히 히히덕거리며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른다. 그 안에서 나는 무언가를 탐색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 같이 어울릴 때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고독을 느낄 때에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고 무엇보다도 그 안에서 인간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궁금했다.


내가 그들의 상황에 이입을 해 봤다. 같이 있을 때에는 뭔가 기분이 좋다가 나중엔 불편함이 느껴진다. 피곤해지고, 혼자 있고 싶어지고.. 나만 관심사가 서로 달라 말이 통하지 않거나 또 나에게 무슨 간섭이나 해코지를 할까 짜증이 나기도 한다. 반대로 혼자 있을 때에는 조용하고 느긋하지만 정작 외로움 때문에 슬퍼지기도 하고 나의 슬픔과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 늘 막막할 때가 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고 마음 가짐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데미안> 116쪽 부분을 보다 이런 글귀가 나왔다. 무척 상징성 있는 글귀였다.


‘운명과 심정은 하나의 개념을 표현하는 이름들이다.’


내 운명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일 거고, 내 심정은 그 고민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는 쪽일 것이다. 적다 보니 글귀에 전혀 상관이 없는 맥락이 완성되어버렸다.


어쨌든, 그 글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 참, 오늘 대학원 세미나에서 모 기업 연구소장님이 오셔서 강연을 하셨는데 강연 시작과 끝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심성이 좋은 사람’

‘협동심이 좋은 사람’

‘메커니즘,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

‘자기를 버리는 연습이 된 사람’


어쩌면 인간의 본성은 그런 선함과 ‘나’ 라는 주체를 너무 내세우며 집착하지 않는 것도 세상살이에 필수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일기를 쓰면서 이런 생각이 또다시 든다.

‘인간은 세상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가는구나..’맞는 말 같으면서도 뭔가 찝찝함…글쎄, 그게 완전한 진리인지는 바람 만이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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