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같은소리하고 자빠졌네(7/30)

긍정은 강요해서 안되는 것.

by Shysbook

N포털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우바우’ 라는 웹툰 속에 이런 일화가 실려있다.

긍정을 주제로 자기개발서를 쓴 연사가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온통 ‘긍정의 힘’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복합적이면 긍정을 택해라. 긍정이 실용적입니다.” 라고 하면서 예시를 들려고 청중을 향해 물이 절반있는 컵을 들이내밀었다. 연사는 말했다.

“거기, 제 왼편에 계신 분. 물이 어느정도 남아 있을까요?’” 라고 묻자 청중은 답한다.


“딱 반절이요.”

연사는 집요했다.
“모범답이 아닙니다. 옆에 분이 말씀하세요.”

옆에 있는 청중이 말한다.

“잘 모르겠어요.”

연사는 청중을 무대 위에 데리고 나와 이렇게 말한다.

“물이 반절 밖에보다 반절이나 남았다고 여기는 게 이상적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웃어야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웃픈 감정을 느낀 건 왜일까.
절묘하게 판타지 요소와 현실이 고루 섞여있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 일어난다는 것임을 꼬집는 것이겠지.
웹툰을 보는내내 연사가 긍정을 구걸하는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작년 취업을 준비했을 때 일이 생각난다.모 취업 유튜버 강의를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가며 취업에 대한 정보를 부지런히 얻어야 살아남는 여느 성실한 취준생 신분으로 살았다. ‘자기를 분석하라.’ ‘타겟 기업을 분석하고, 직무를 분석하라.’ ‘면접 때는 이렇게 말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등등 영상에 알려주는 여러 팁을 실전에 배우고 써먹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 사람은 되고, 안될 사람은 안되는 법칙이 여기서도 통하는 건지. 나는 후자에 늘 속했다.
서류와 면접에서 자주 떨어지다보니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뭘 해도 안된다.’
‘면접 때 자신감도 없고, 들어갈 자리는 있기는 한걸까?’ 라는 자괴감에 휩싸여 뭘 해도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유튜버는 업로드하는 영상에서
“더 정신차려야한다.” “몇시에 뭘 해야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관리해야한다.”
“추천한 책 읽고 실천해야한다!” 같은 뉘앙스의 영상으로 구독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실천의 채찍질.호치!)


‘긍정적인 마인드’ 장착에 ‘감사일기’쓰는 것까지 숙제(?)로 내주었으니... 슬슬 모든 일에 진절머리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 긍정적인 사고는 좋은데, 효과가 없는 걸.


자기개발서나 주변 성공한 셀럽들에게서 긍정을 강요하면 먹히겠지만, 실패가 거듭나 자존감이 바닥난 사람 혹은 감정 소모가 심해 지쳐서 무언가 끌어올릴만큼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사람에겐 이런 행동은 부담인걸 어쩌라는건지.

억지로라도 감사일기를 쓰고, 그 시간에 뭘 해야한다는 것을 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나아지는 게 없었다. 더러는 자기개발서에서 말하는 ‘노력’ 이 부족한 거라고 쓴소리를 내뱉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랑은 안맞는 사람을 어떻게 억지로 더 맞춰야겠는가 싶었다.


나는 그 유튜버의 래퍼토리가 너무 뻔했고, 질렸음을 느끼고서 구독을 끊어버렸다.(만나서 반가웠지만 더는 만나고 싶지만은 않다.)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가 아닌, 형식적인 감사를 한다고해서 내 삶이 당장 변하는 것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긍정 바이러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는 과장된 망상에 빠지곤한다. (웹툰처럼 화려한 그림체처럼 오색찬란한 삶이 가득했겠지??)

형식적으로 감사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감사가 나올리는 없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사람에겐 그건 고역이자 노동이다. 웃는 것도 마찬가지다. 웃어야 행복하다고하지만 웃을 만큼 여력이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웃어야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웃음조차 나올 기력도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우리 삶 아니던가.

어쨌건, 긍정은 강요한다고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지친 사람들이 있다면 '지칠 수도 있구나.' 라고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말로 떠들고 긍정만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그것을 택하느라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허황된 망상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야 힘내! 화이팅!’ ‘무조건 웃어!’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해! 정신차려!’

‘이걸 하면 좋아!’

‘너만 힘든거 아냐. 긍정적으로 생각해!’ 라고 맥락없이 툭툭 긍정과 온갖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취업준비가 길어져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효과적인 방법도 긍정적인 마인드셋도 아니다. 충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지쳐서 힘든 사람들이다.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라 해도 불확실하고 수 많은 자아에 휘둘려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준을 포기하고 탱자탱자 놀자는 사람들은 잘 없다. 대부분 이 삶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자들이 내 주변에 훨씬 더 많다.


아무튼 그들에게 맥락없는 자기개발서 속 쓴소리보다 조언이나 방법보다,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며 힘들어하고 있을 한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을 택하고 싶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니..


개뿔..


노력으로 가능한 거였으면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1등 국민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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