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투가 시비조로 들리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감정과 의도를 왜곡하게 되고, 자연스레 대화할 의지마저 꺾여버릴 것이다.저런 사람들이 만약 서비스업이나 영업직에 종사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늘 아침. 러닝을 마치고 카페를 가는 길이었다.
어느 휴대폰 대리점을 지나는데,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직원이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을 건넨다.
“저기요. 고객님. 딴 게 아니구요!”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날카로운 턱선을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돌진(?)했다.
“저기요.” 로 시작하는 말부터 카랑카랑 쏘아대는 말투다. 상대에게 시비를 거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찰나의 순간 생각했다. ‘손님보고 “저기요.” 라고 하는 경우가 잘 있었나?’
‘어느 매장을 들어서도 직원이 손님에게 “고객님” 이라 하거나 “손님.” 으로 호칭을 부른 뒤에 본론을 완곡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물론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저기요!”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거슬리는 건 말투다.
하지만 직원은 단호하다. (눈치가 없다) 나를 향해 또 한 마디 내뱉는다.
“저기요! 고객님! 잠시만요!”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고 거칠기까지하다.
마치 어릴 적 영화에서 볼법한 으슥한 골목길에 담배피던 불량배가 지나가는 어린 아이의 코묻은 돈을 뺏으려는 듯할 기세다.
안 그래도 가는 길 누가 부르는 게 달갑지는 않은 상황. 나는 살면서 익힌 노하우인 ‘무시’ 런웨이로 묵묵히 내 갈 길을 갔다.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은 내가 이 직원에게 도리어 해코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까 순간 멈칫했지만.)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직원은 실적을 채우려는 거 같다. 그런데 성과 때문에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와야했을까? 이게 과연 영업하는 사람의 자세인가?’
불편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서비스직은 손님에게 정중한 안내와 적정한 친절이 우선되어야한다. 그런 수칙조차 모르고 일을 하는 직원이 공공연하게 있다는 생각에 마치 러닝 후 몸에 묻은 끈적거리는 땀과 옷에 쩔어있는 냄새만큼의 불쾌함이 가득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다.
‘오늘 만난 직원의 말투와 태도가 왜 저럴 수 밖에 없었을까?’ 한 편으론 생각해봤다. 그 기저에는 실적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또 그것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조건 실적을 올려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본사 압박에 어떻게든 지나가는 손님 한 사람이라도 붙잡아야한다. 하루하루의 삶은 피로와 부담 그 자체다.
처음 일을 했을 때, 친절하게 말을 건네봐도 사람들은 외면한다. 한 건이라도 더 올려야하는데 손님은 좀처럼 가게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
일하는 동료와 본사로부터 실적부담은 갈수록 늘어만간다. 마음먹는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할 터.하는 수 없이 무리를 하기 시작한다. 초반에 상냥했던 말투도 서서히 거칠어진다.
“고객님” 에서 “저기요!” 로 “필요한 거 있으시면 저희가게 보러 오세요!” 따위의 길었던 말도 “매장 보러오세요.” 처럼 말이 갈수록 짧아진다. 손님이 듣기에 너무 딱딱한 거 같으니까, 조금 능글맞게 할까? 라고 나름 머리를 굴려본다. 때마침, 사람이 보인다. 득달같이 달라붙는다.
“언니! 전화번호좀요!” “기종 뭐 써요? 제가 좋은 거 알려줄게요!” “저기 지나가는 손님! 매장 함 보러오세요!”
손님은 또 도망간다.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말 한 마디.
“아이 씨...”
돈을 위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안중에도 없어진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무작정 본론부터 이야기를 해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적이 안나온다 싶으면 치근거리고 심하면 강제로 손님 손목을 잡아다 매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오 맙소사!)
이는 모든 것을 잃는 행위다. 실적도, 손님도, 무엇보다 서비스 정신도 사라지는 꼴이다. 그저 상대에게 불쾌함만 남길 뿐이다.
언어가 거친 사람들의 삶의 팔할에는 ‘돈’ 문제가 깔려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든 돈을 많이 모으고 싶고 돈을 벌어야한다는 욕심이 사람의 마음을 좁게 만들고,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들어오는 것을 막게된다.여유라곤 찾아보기 힘들기에 말투에서부터 거칠 수 밖에 없다.
정작 당사는 “사회 생활이 만만하지 않다.” ”돈 버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론만 아는 놈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본질보다 앞세운다. 서비스의 본질을 망각하는 중임을 알고는 있는지.
부족하다면 반성이라도 하고, 눈치라도 보고 하다못해 말투라도 친절하게 하는 연습이라도 한다면 어떨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상대방이 불쾌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조차 가진다면 어떨까?
“고객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죄송한데, 다름아니라 저희가 ~~하는데 혹시 관심 있으세요?”
아니면 “고객님 저희 ~서비스 하는데 관심있으신가요?” 라고 공손하게 응대했다면,
“아 죄송합니다. 저 약속이 있어서요~” 라고 손님은 대답할 겨를은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서로 얼굴을 불편하게 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불쾌한 말투가 서비스의 본질을 망각하고 사람을 밀어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려왔다. 나도 무심코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 덧 없이 쏘아대는 말로 땀냄새처럼 끈적하고도 불쾌한 느낌을 안겨주었을 생각에 마음이 찝찝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