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13/30)

구심점을 잡으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는구나.

by Shysbook
구심점 구심-점, 求心點 /-쩜/
1.구심운동의 중심점. (출처: 구글 사전)


고등학교 시절, 잘 하는 것이 하나 없어 무기력했다.

공부도, 운동도, 그림도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던 평범이하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도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던지라 마음 속에 항상 '열등감' 투성이로 살아왔다.

늘 상대를 비교했고 나는 왜 이것도 못하냐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한심하게 여겼다.

하지만 박준 시인의 책 제목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었다. 그게 세상의 생리였음을 알게 된 이후,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니고 시도해봤다. 일단 '나' 에게 맞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는 '러닝' 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자니 사람들 눈치가 보였다. 우락부락한 덩치들 틈에서 내가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으면 누가 '자세 가지고 뭐라하지 않을까?', '빨리 하고 비켜줘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웨이트 트레이닝은 포기했다.


눈치도 안 보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역시 '러닝' 만큼 좋은 게 없었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아침 수업이 있는 날마다 일찍 일어나서 3Km 러닝을 하고 통학버스를 탔던 기억이 난다.

한 달에 5~6회를 달리다보니 수업을 들어도 맑은 정신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고, 83kg 불어났던 몸도 10kg 가까이 감량하는데 큰 몫을 할 만큼 꾸준히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달렸다.

평소 5km를 뛰다가 10km 러닝으로 거리를 늘리곤 했다. 더 맑은 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다음 날 기분 좋은 모습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30km의 거리를 채우며 러닝을 했는데, 오키로북스에서 러닝 클럽에 들어온 이후에는 1주일만에 30km를 달성했다. 나뿐만 아니라 16명의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받았고 매일 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매일 뛰었다.


하지만 꾸준히 러닝을 하면서 오히려 체력이 부치고 전보다 기록이 좋지 않았다. 막판 스퍼트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치고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리는 붓기가 심한 듯 무겁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문제를 찾아보니 러닝도 전신의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기에 근력이 부족하면 막판에 힘이 부쳐서 쉽게 다칠 수도 있다는 요지의 글을 읽었다. 달리기를 통해 내가 부족한 점을 몸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침 러닝을 마치고 근력운동을 한동안 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판 스퍼트를 올려도 쉽게 지치고 페이스가 불안정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 러닝 전,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스쿼트와 런지로 하체 운동을 가볍게하고 러닝을 했더니 막판 스퍼트를 조금은 더 쉽게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2분 정도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


꾸준히 하면서 부족함이 뭔지 보였다.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욕구와 꾸준히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컸기에 달리면서도 생각하고, 러닝 후 기록일지를 쓰면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디. 더 나은 방법을 간구하는 사람이자 새로운 영역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렇듯 러닝은 매일 할 수 있고 내가 해도 즐겁고 꾸준할 수 있는 내 삶의 구심점이 되었다. 러닝이 구심점이 되자 근력운동이라는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다. 일이 일을 낳고 그것을 하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서서히 넓어진다.


2.또 다른 구심점 '글쓰기'


아무리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나는 뭐든 쓰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우울 상태여도 메모장을 습관적으로키고 써내려갔으니까.


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고,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교 시절 글쓰기 수업을 통해 교수나 지인들로부터 날카로운 지적을 받을 때 더 세심해질 수 있었다.


비평과 쓴소리에 나의 마음이 벤댕이처럼 좁아지곤 하지만 훗날 표현에 대해서, 어휘에 대해서,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써야할 지 알 수 있었고 내 투박한 글이 더 다듬어질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글을 꾸준히 썼다. 바빠도 일기를 쓰고, 과제로 몸과 마음이 지쳐도 sns 에서 늘 생각을 짧게나마 남겼다. (필을 받으면 장문의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니 일일 심야 라디오 DJ, 오직원 원정대, 오프라인 글쓰기모임 참가, 브런치 30일 글쓰기, 독립출판 그리고 책 리뷰라는 기회를 잡거나 만들 수 있었다.

일단 구심점은 꾸준히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들보다 글을 못쓰는데, 러닝을 못하는데 어떻게 할 지네 방점을 맞췄더라면 아마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설프고 밍기적거리더라도 해보면 나만의 '결'(style)이 탄생하는 것이지 남들이 되지는 않는다.


설령 남을 보고 벤치마킹을하더라도 묘하게 다를 것이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ppt 전문가가 화살표 그리면 세련되어 보여도 내가 그리면 못나보이는 거. 비슷하게해도 살짝은 다르다는 거.


‘잘 할 수 있는’ 영역까진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에 초점을 맞추고 하다보면 분명 ‘잘’ 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노력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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