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16/3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by Shysbook

사라지는 것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 갈 뿐인 게 아닌가.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엔트로피의 총량은 증가한다. 감소할 수도 돌이키기란 어려워져만간다.


우린 수 없이 많은 존재들과 작별을 고했다.

이 지구에 살면서 아니, 우주에서 바라보면 파랗고 쪼그마한 먼지한 톨 같은 존재가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것들은 또 무엇 때문이고, 만들어진 무언가로 또 누군가가 위협받는다는 말에 온종일 시끄럽다.


우리는 헤어진다한들 그저 거리가 멀어지는 줄만 알았다.

표면적인 헤어짐만 알았지 이별이란 깊은 뜻을 알기엔 어리석고 무지했다.


재회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아차린 인류의 모습에서 태양에 도달하여 창공을 뚫고가고픈 이카루스의 좌절이 그려진다. 보이지 않는 제도와 탐욕의 벽에 통곡의 벽처럼 울부짖는 심정이지만, 한 편으론 베를린 장벽처럼 부수어 새로운 세상을 그려나갈 희망 한 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앎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우린 지금도 터전을 잃는 북극곰을 볼 것이고

배에 플라스틱 병뚜껑이 가득한 고래 뱃속을 들여다 볼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 속에 흘러들어가 물고기들이 먹고, 우린 그 물고기를 먹으며 우리가 만든 것에 우리가 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만 연속될 뿐이다.


인류는 보여지고 단편적인 사실만을 바라보고 비난에 열을 올릴 것이고, 경제 논리로 모든 걸 해석하려든다면

그 희망은 잿더미처럼 타버려 흩어질 것이다.


헤어진다는 의미가 언젠간 다시 재회할 기회가 있을 거라는 믿음의 전제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라는 것.


자원은 다음 년도에 쓸 것들을 미리 당겨쓰고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져만간다. 반갑다는 인사를 남기기도 전에,이름이나 기억 속으로 들어서기 전에 사라져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시간을 돌이켜 우주가 부숴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린 과거의 잘못을 따지며 개발을 막아서고 싶은 지경이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한들, 이 행성에서 우주로 가는 우주선을 만들고 여행 서비스를 개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이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 발을 딛고, 개발을 한들 결국 이 또한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망가져만 갈텐데.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지게 될 것이고.. 나중엔 외로워질텐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숙명. 우리는 더 나은 고민을 하기로 해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