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감정은 어떠신가요?
5개월 동안 진료받은 병원 진료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약처방도, 매주 화요일 아침부터 만나 받던 상담도 일정을 잡기보다 이제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약으로부터, 우울로부터 해방된 것과 오랫동안 나를 다독이는 법을 찾아 실천해온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 라고 다독였었다.
한 때는 브린텔릭스 5mg 을 먹었다 10mg으로 용량을 늘렸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복용 했을 때와 아닐 때랑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마음은 항시 평온했다. 때론 어쩔 수 없는 고민에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었다. 그것은 약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진찰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라고 물으셨다.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조심스레 꺼내보았다.
“저는 말주변도 없고, 사람들이랑 있으면 내가 하는 말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눈치를 보곤해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 누구는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듣는 게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비교할 수 없는 개성이자 비교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이어서
"말을 잘 하기에 앞서 본인의 마음을 충분히 돌봐주세요. 마음을 돌보고나면, 필요에 따라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워볼까 라는 마음이 들 때 하셔도 됩니다.반대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따라해보려고 하다보면 사고가 경직된답니다. 그렇다고 따라하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맙고 잘 하고 있다고 믿어줘요. 충분히 좋은 분이신걸요.”
나는 말주변이 짧다. 누군가의 말에 정답을 남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상대가 보면 무척 딱딱한 인상을 남기기 십상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알기라도 많이 알아서 이럴 땐 이런 말 저럴 땐 저런 말이 툭툭 튀어나오면 좋은데, 나는 지식도, 능력도 특출나지 않은지라 세상만사 정답이 없는지라 뭐라 대답할 수 없는 난감한 순간이 있다. 적합한 말을 꺼내지 못해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지지 못하는 스킬의 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근본적인 이유인 내 마음은 살펴본 적이 없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어떤지를 우선적으로 물어보는 일은 얼마 전 읽은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왔다.
48p. 말 그릇의 균열을 메우려면 말의 내면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김윤나,<말그릇>
내 말을 담는 그릇 즉, 마음엔 곳곳에 상처가 나고 투박했기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자신이 없었다.
어릴 적 겪은 왕따와 괴롭힘 그리고 우울했던 기억들로 사람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었다. 어릴 때 사람에 대한 상처와 내가 잘못해서 친구랑 사귀지 못했겠다는 자책이 맞물려있었기에 지금은 상태에서 아무리 말 잘하는 법을 익히다한들 그릇에 온전히 담기기는 커녕 금새 깨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도록 해야했다.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그 감정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라는 생각이 주로 들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좋다, 싫다, 짜증난다.’ 등으로 두루뭉실하게 표현한 감정을 더 세세하게 파고들어야했다. ‘어떤 점에서 싫다고 했을까?’
싫은 것을 만났을 때 무슨 감정과 표현이 떠오르는가 등등을 생각하면서 내 안에 고여있는 감정을 꺼낼 수 있어야했다.
감정을 꺼낸 후. 상대에게 현명하게 전달한다면 나도 그렇고 상대를 헷갈리게 하지 않을 것만 같다. 뭐든 어설프면 모호한 말을 남긴다. 아울러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에 생각하다보면 마음에 내가 들어설 수 없다. 타인이 들어선 마음에는 결코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으니까.
대화하는 일이 참 어렵겠지만, 꼭 남을 따라하면서 나의 온전한 가치를 무너뜨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눈치를 보며 대화를 하기 쭈삣거린다면, 일단 내 마음을 살펴봐야겠다. 지금 내 감정은 어떤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나올 것이다.
아울러 어정쩡하게 말하기보다 명확하게 말하여 상대를 덜 헛갈리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