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자가 된거 같아.
면접을 마친 후 남은 시간동안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당장 내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해낼 것인지에 대해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구둣발이 돌담길 바닥에 닿자 ‘토각토각’ 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바닥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요란하지가 않다. 탭댄스를 추는 무용수처럼 온 몸이 자유롭다. 이 길을 지나면서 반기는 가로수가 바람에 날려 살랑거리는 것이 나의 호응에 손을 흔드는 듯하고,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에 아까전 긴장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말랑거리는 것만 같다.
이토록 신선한 자극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지금 당장이라도 누릴 수 있는 일을 왜 오랜만이라 표현했을까?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엔트로피(무질서도)? 그로 인해 오염되는 자연의 여파라고 하기엔 거칭하다. 코로나 위험 때문일까? 그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습관적으로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SNS가 마치 인스턴트 음식처럼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했다.
언제부턴가 사유하는 삶과는 거리가 먼, 당장 결과만을 얻길 바라는 조급함이 늘었다. 깊이 읽고 생각하는 법을 서서히 잊고 살았다. 자연 속 신선한 자극을 느낄 틈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아이폰 업데이트를 하고나니 스크린 타임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 시간은 3시간에 임박했고, 창의성을 발휘한 시간은 고작 15분에 지나지 않았다. 나의 스마트폰은 온전히 SNS를 위해 아니 이쯤이면 종속된채 사는 노예로 전락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창의성과 소셜 미디어 이용시간이 반대가 되었다면, 아마 훨씬 더 많은 글을 자유로이 썼을텐데, 글이 더 세련되고 단단해지지 않을까라는 후회가 몰려왔다. 촘촘히 보이는 삶도 실상은 이토록 의미없는 시간으로 나이브하게 보낸다면 실속없는 사람으로 자라겠구나라는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습관적으로 켜는 SNS로 나는 ‘좋아요’ , 브런치 ‘조회’ 그리고 ‘통계’에 집착하고 있었다. 내용을 알차게 할 수 있도록 펜을 잡거나, 노트북을 켜고 메모장을 열어서 자판을 두들기기보다 그저 관심에 목말라 내용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남은 건 가난해지는 생각이었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 야간 활주로에 주변 가로등만이 활주로를 비춘다. 미약한 빛에 의지한 채 상공을 치솟아 오를 비행기의 운명을 온 몸으로 느꼈다. 비행기가 하늘 위로 솟아오르자 화려한 불빛들이 도심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도심 속 끝없이 움직이는 차량 행렬, 빌딩 불빛이 여전히 반짝였다. 그 틈에 편속되기엔 나는 여전히 나약한 듯했다.오늘도 불빛을 지키며 하루를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앞에서 나의 가난하고도 보여주기식의 삶은 내실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빈약한가를 드러내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삶을 정성껏 사는 것에 마음 포커스를 맞추는 것. 그렇게 빈약한 사고에서 벗어나길 소망해본다.
잠시 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나 경쾌한 감각들을 일깨우는 것이 필요한 거 같다. 삶을 조금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